Myths in the Audio World
오디오는 전기,전자공학의 총체적 산물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신경향의 기술이었다.
지금은 전기신호에 의해서 소리를 다시 듣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옛날에는 정말 신기한 기술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생된 오디오가 내는 '소리'들이 과학을 기반으로 하여, 이론에 걸맞게 결과물이 발생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겠지만,
늘, 예측한대로 들어맞지는 않는다.
아날로그가 '실재'라면, 디지털은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딱딱 떨어지고 들어맞아야겠지만,
디지털 기기들도 결국 interconnection 이 모두 아나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고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늘 영향을 미친다.
영화 무간도에서 양조위와 유덕화가 오디오샵에서 조우하는 scene 이 있다.
채금(蔡琴)의 피유망적시광(被遺忘的時光)으로 청음을 하는데, 유덕화가 권한대로 케이블을 바꾸니 더 감동적인 소리가 나오고, 양조위가 이를 수긍하는 장면이다.
실제로 케이블을 바꾸면 소리가 달라지는 경험을 누구든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한계효용의 법칙이 적용되며 '줄질하다가 망한다.' 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신호의 기록을 읽고 쓰는 것이 아나로그이며, interconnection 역시 아나로그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는 결과들이긴 하다.
그리하여, 미신과도 같은 오디오계의 구전설화들을 어느정도는 수긍하겠지만,
뼛속까지 공돌이인 나같은 사람들은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난감하다.
한 번은 풍문으로 들어보았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수력, 화력, 원자력 발전에 따른 전기의 품질이 각기 달라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집앞에 자신만의 전용 전봇대를 세우면 더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다.(???!!!)
자신만의 전봇대를 세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지하실에 축전지를 가득 채우고 충전하여 소리를 들으면 '천상의 소리' 를 들을 수 있다.(???!!!)
위 이야기들보다는 조금 약한 이야기들...
진공관 플레이트에 구멍이 있는 것(그 구멍도 크기에 따라 ㄷㄷㄷ)과 없는 것은 다른 소리를 낸다.
진공관 getter(진공관 내부의 가스입자를 화학적으로 처리하거나 흡수하여 진공을 유지하도록 하는 물질) 위치나 갯수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등등등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위에 언급한 미신들에 굳이 토를 달지는 말자...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일부는 인정을 해줄 수 있다. 어차피 음향심리학적(psychoacoustic)이란 보조개념들도 마련되어 있으니...
다른 이의 즐거운 취미활동에 대해 굳이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디오는 단순하다.
그저 내가 듣고 즐김에 있어 기분이 좋으면 되는 것이다.
또, 이런 미신들이 귀 기울여 볼 이야기를 만들어주거나, 생각할 거리를 가져오는 것은 순기능임에 분명하다.
후기 낭만주의의 대표 주자인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와 no.9 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어린시절 동생의 죽음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말러는 죽음에 대하여 늘 고뇌하였다고 한다. 그가 숫자 9 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은 범심론자였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위대한 선배 작곡가인 베토벤, 슈베르트, 브루크너 등이 여지없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한 후 여지없이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이렇듯 낭만주의자 말러에게 죽음은 동경이자 곧 두려움의 영역이었음이 분명하다. 그가 아홉번째 교향곡을 작곡하고, 표지에 9번이라고 적었다가 다시 지워버렸다고 한다. 번호를 없애고 '대지의 노래' 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렇게 하면 죽음의 그림자가 피해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 후 아무 일이 없자, 죽음이 피해갔다는 것에 안도한 말러는 열번째 교향곡 작곡에 착수하면서 아내 엘마에게 말했다. "이것은 실제로는 10번 교향곡이지. '대지의 노래' 가 9번 교향곡인 것이고..." 작곡은 마친 그는 이 열번째 교향곡의 표지에 no.9 를 기재한다. 그리고 또 아무 일이 없자, 징크스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열한번째 교향곡 작곡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말러는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으며, 9번 교향곡의 연주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주말 오전, 잠시 얻는 나만의 시간
LP 한 장을 턴테이블에 올리며, 그 음율에 띄워진 좋은 기분들을 온몸으로 맞이한다.
나이를 조금씩 더 먹어갈수록,
내 입을 닫고, 경청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것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오디오는, 가만히 듣고 있는 나에게 분명한 위로를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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