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ca 28mm elmarit-m, 1st 1:2.8 (1964-1969)
Leica 28mm elmarit-m, 1st 1:2.8 (1964-1969)
부모가 맏이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는 것처럼, 1세대에서는 1세대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감정이 전해집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눈을 감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시대의 캐나다로 잠시 시간 여행을 해 봅니다. 발이 묶인 지금의 COVID-19 시대에서는 일종의 즐거운 치유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슈나이더의 기술력을 도입했던 초창기 광각렌즈 시리즈 중 하나인 28mm elmarit 1:2.8 V1 입니다. 선배인 Hektor, Red-Summaron 에서 한 걸음 더 도약하고자 심사숙고했던 흔적들이 엿보입니다. 6군 9매의 후옥이 돌출된 구조의 광각렌즈로, 전량 CANADA에서 만들어졌으며, 대부분 CANADA 에서 만들어졌으며(소수의 Wetzler Germany 생산 개체가 존재함), 약 3년간 3200개(1964년 2000개, 1966년 1200개)가 생산되었습니다. 이후 외형은 유사하지만 돌출형 후옥을 없애기 위해 retrofocus design 설계로 변화를 꾀한 6군 8매의 2세대의 출현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단종되었으며, 3세대, 4세대 및 2000년의 summicron, asph 및 2006년 5세대, asph 의 모태가 된 렌즈입니다. 해당 렌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대표적 출판 문헌에서 역시 부실하게 설명되어 있으며, 온라인상에서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운 전설의 렌즈 중 하나입니다. 구전으로만 평판이 전해 내려온 이 렌즈가 잊혀진 이유가 무엇인지, 이것이 허(虚)인지 실(實)인지 한번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렌즈의 매칭은 M4 black paint 와 함께합니다. 드디어 M4 black paint 가 온전한 제 짝을 만났습니다. elmarit V1 렌즈가 출시되었던 1960년 중후반에는 금속의 도색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사용되는 아노다이징 같은 기법으로 도색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제한적으로 양극산화 기법이 가능했던 일부의 금속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은색 금속 위에 matt 한 paint 를 도장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아노다이징된 부분 역시 피막의 결합도가 현대의 그것보다는 낮기때문에, 마치 페인팅이 뜯어져 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설의 8매 역시 black chrome 과 black paint 라는 표현을 혼용합니다. 비교적 matt 한 느낌의 M4 black paint 와 블랙크롬으로 마감된 SLOOZ finder, 12501 후드의 조합은 고풍스럽고 멋진 조화를 이루어냅니다.
ELC (Ernst Leitz Canada) 에서 제작한 이 렌즈는 21mm Super Angulon 1:3.4 에서 설계 및 외형 등을 따 왔습니다. 다만 조리개 날수는 10장으로 원가절감형으로 의심되는 1:3.4의 그것(4장;;;)보다 더 탄탄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슈양의 진득한 발색을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이 렌즈는 세가지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개방에서 색포화도가 떨어지면서, 채도가 낮고, 색상이 치우친 전형적인 라이카 1세대 렌즈의 특징을 갖습니다. veiling glow 는 최대개방 조리개값이 2.8인 만큼 적습니다. 4에서 5.6 구간에서는 맑고 투명한 느낌을 줍니다. 8이상의 구간에서는 주변부 광량 저하 현상이 거의 없어지고 진득한 발색을 가집니다.
다른 이야기로 21mm 슈퍼앙굴론 3.4 에서 조금 부족해 보이는 주변부들을 도려낸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21mm 화각을 재현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여럿 있었을텐데, 28mm 화각에서는 보완이 좀 더 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28mm 가 편안한 저에게는 그저 땡큐이지요.
전용후드인 12501 후드입니다. 선이 날렵하고 유연합니다. 가장 앞부분이 플라스틱인 부분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당대에는 매우 세련된 신소재로 소개되었을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라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특별한 나사없이 결합되어 있는 12051 후드는 생각보다 잘 분해가 됩니다. 플라스틱 부분이 낡고 표면이 지저분한 개체들은 사포작업(320>600>800>1200>2500>4000)을 하여 매끈하고 깔끔하게 보수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보유한 개체 중 1개는 LEITZ WETLZAR GERMANY 각인이 딱 가운데에 위치하지만, 이게 복불복입니다. 내부의 shim 을 조절하면 위치를 조절할 수는 있겠지요. 근데... 그냥 씁시다 흠흠.
필터구경은 48mm, Series 7 필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Series 7 필터는 먼지 유입의 가능성이 있고, 가끔씩 지인들이 후드를 열어보다가 떨구는 일이 흔하므로 48mm slim type thread filter 를 적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간의 본능인지 무엇인지 몰라도 꼭 한번씩 까보고 열어봐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산업디자인을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라이카의 경통 디자인은 세대별로 특징을 가지는데, 이것은 가운데가 오목한 표주박형으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보아도 참 세련되게 디자인을 했습니다. 당대에는 가운데가 불룩 튀어나온 방추형 디자인들이 많았는데, 그 디자인들은 외려 투박한 인상을 줍니다.
추억의 인구피라미드... 렌즈 경통의 디자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설이... 믿거나~ 말거나~
이 렌즈를 찾다보면 1세대와 2세대 간의 구분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렌즈의 구조 및 설계에 따라 구분을 하기 때문에 후옥이 튀어나와있는 6군 9매 구성의 개체를 1세대로 명확히 분류할 수 있습니다. 231xxxx 시리얼중에는 외형이 1세대와 완전히 일치하지만, 렌즈 설계가 2세대(retrofocus design)를 따른 개체들도 있기 때문에 선택에 주의를 요합니다.
feet 거리계의 각인이 Red Scale 인 것과 Yellow Scale (lemon) 인 것이 있는데, 이것은 제조하는 엔지니어 마음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후기형에 대한 특별한 일관성은 없습니다. 섞여 있다는 뜻입니다. 8매 등에서는 Red Scale 이 좀더 높은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보이나, 그다지 의미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Red Scale 도 이쁘고 Yellow Scale (lemon) 도 이쁩니다.
라이카의 렌즈들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는 Leica Pocket Book 에서는 1세대가 1965~1972 까지 생산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1964년에 2000개, 1966년에 1200개, 그리고 1969년 2세대의 배치에 해당하는 2314801~2316000 중 초기 일부가 1세대 구조로 생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그 예입니다. 2314860 시리얼은 Ewin Puts 가 제공하는 연번 배치로는 2세대(1st batch of V2)로 구분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네임링과 후옥 모두 1세대의 그것과 일치합니다. 즉, 이 개체는 6군 9매의 1세대가 맞으며, 첫배치인 1969년에 생산된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는 2314921 시리얼부터 돌출된 후옥을 없앤 retrofocus design 의 2세대 구조를 적용하였다는 설과 일치하는 증거입니다.
홈없는 네임링, 단아하고 여린 느낌의 폰트, 그리고 후옥의 돌출 이 삼박자를 갖추면 1세대가 맞는 것입니다.
이 렌즈를 기술한 서적들 중 일부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또는 그것을 거의 그대로 번역한 일부 블로그 정보 역시) , 1972년 2533850 시리얼까지 생산되었다는 설은 그것을 직접 목격하지 않는 한 믿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일부의 소수 개체가 독일 wetzlar 에서 제조되었다고 하며, 또 극소수의 개체에 비구면 렌즈가 적용되었다고도 하는데 이걸 어디까지 믿어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의심이 깊어지니 쉽게 믿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듯, 제 글 역시 맹목적으로 믿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231xxxx, 24xxxxx 등의 초기 시리얼중에는 외형이 1세대와 완전히 일치하지만, 렌즈 설계가 2세대(retrofocus design)를 따른 개체들도 있기 때문에 선택에 주의를 요합니다. 외형은 동일하지만, 네임링에 홈이 있고, 폰트가 좀 더 딱딱하고 건강한 느낌이며, 후옥이 돌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1세대와 2세대는 완전히 다른 렌즈이기 때문에, 1세대를 찾는다면 이 것을 잘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245xxxx 시리얼부터는 외형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혼동의 여지가 없습니다.
라이카는 M5를 통해서 외장으로 존재하였던, 노출계를 내장하려는 시도에 성공합니다. 이것은 미놀타와의 합작품인 작고 편리한 CL에도 이어집니다. 성능이 좋은 렌즈를 차세대 바디와 함께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광각 렌즈에 해당하는 고성능 렌즈 28mm elmarit 역시 완전한 대칭형에서 벗어난 retorfocus design 으로 변화해야 했습니다. 초광각인 21mm super angulon 은 대칭형에서 탈피한 retrofocus design 을 적용시키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1971년 이후의 연번인 2473251 이후의 시리얼 개체에서는 M5 나 CL 의 노출 연동 unit 와의 간섭을 없애기 위해 마운트부 금속부의 일부를 잘라내었습니다. (Cds cell carrier arm 동작을 비활성화함)
라이카 렌즈 설계의 역사는 대칭형 가우스 구조에서 시작해, 그것을 탈피하고, 또 다시 급진적으로 탈피해가는 과정에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21mm 에서도 역시 이런 시류를 좇아 Super-Angulon 1:4 > Super-Angulon 1:3.4 > Elmarit 1:2.8 > ( Summilux 1:1.4 ) > Super-Elmar 1:3.4 로 진화를 합니다.
그러고 보니 라이카의 28mm 는 참 다채로운 변화를 가진 셈입니다. Hektor 1:6.3 > Summaron 1:5.6 > Elmarit 1:2.8 > Summicron 1:2 > Summilux 1:1.4 로 변모를 거듭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중 Summicron 을 최고로 평가합니다.
극과 극을 오가는 MTF chart 를 지닌 몽환적인 Hektor 1:6.3 에서 시작하여, 공정 등이 개선된 Summaron 1:5.6 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Elmarit 1:2.8 에서 슈나이더의 완전 대칭형 광각렌즈 설계를 적용함으로서 더 큰 도약을 하게 됩니다. 좀 더 커지는 대신, 더 좋은 성능을 얻었습니다. 다만 retrofocus degign 을 도입한 2세대로의 진입에서는 조금 퇴보한 느낌이 있는데, 이는 4세대에 이르러 완전히 극복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 비구면 렌즈를 적용하여 크기를 줄이고, 성능을 발전시킨 (잉?? 말도 안되는;;;) 5세대에서 정점을 찍게 됩니다.
역시 꾸준함이 최고의 반열에 오르는 비결입니다. Biogon 에서 절명한 Zeiss 를 보면, 여러번 위기를 극복한 라이카의 은근과 끈기를 더 높게 평가하게 됩니다. 심심할 때 KBS 다큐멘터리 '100년의 기업' 17회 라이카(Leica Wetzlar Germany) 편을 감상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디지털을 주로 사용하는 현대에서는 구식 대칭형 디자인은 성능의 저하를 가져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photon 이 수직입사를 하지 않으면 센서의 pixel 에 제대로 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정보의 부족은 just defect 입니다. 부족한 정보는 프로세스에 의해 매끈하게 보정이 되는데, 이게 참 어색한 느낌을 줍니다. M9부터 센서의 마이크로 렌즈 배열을, 주변으로 갈수록 각도를 주어 최대한 photon 을 잘 받아들이도록 구조화하였지만, 저렇게 후옥이 심하게 돌출된 렌즈들에게는 역부족입니다. 마젠타 캐스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출계 역시 연동이 불가능합니다. 1.5 stop 이나 2 stop 을 언더로 하면 적정노출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수동노출로 조작하는 것이 적확할 것입니다. 원인은 후옥을 견고하게 둘러싼 검정색 링 때문입니다. 이것이 노출 수광센서로 가는 반사광을 일부 차단해 버립니다. 그러나 덕분에 후옥이 매우 안전하게 보호가 됩니다. 렌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접안렌즈 부분이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중반에는 내장 파인더에 28mm 프레임을 갖는 M바디가 없었기 때문에 28mm elmarit V1 렌즈는 이것에 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즉, 이 렌즈를 M바디에 마운팅하면 35mm 화각이 표시됩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현행 28mm 렌즈와 마운트 부위를 비교해 보면 구조가 다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인광학 박상인 님의 의견에 따르면, 이 렌즈의 경통중, 조리개링 아래쪽의 헬리코이드를 포함한 구조가 8매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합니다. 조리개 수치등만 다르게 써있고 규격등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부품을 공유해서 사용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렇게 금속을 덧대어 개조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손을 보면 M4-P 이후의 28mm 프레임을 가진 바디들에서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사실 이쁨을 받으려면 편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렌즈는 사실 '은퇴요정' '중환자' ichitaka 님이 이전부터 궁금해 하던 렌즈였습니다. 저는 굳이 저걸 써야겠냐는 식으로 꾸준히 말렸으나, 그는 누가 말린다고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친구의 렌즈가 거인광학으로 CLA 를 떠났고, 거인광학 대표이자, '글로벌 슈퍼 변X 대마왕' 박XX 님이 테스트해보고 한마디 하기를... "이 렌즈는 '정상인' quanj 가 좋아할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
'정상인' quanj 는 갑자기 의식이 몽롱해짐을 느끼고, 이베희 여사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소중히 사용하시던 렌즈 팔아요~' 라는 이력을 가진 개체를 구하게 됩니다. 좋은 것들을 애들에게 물려주겠다는 것 역시 쟁여놓는 것의 명분이기는 한데, 참 덧없는 것 같습니다. 역시, 명분은 그저 명분일뿐...
아무튼, 요약하면, '정상인' quanj 가 못된 친구들의 뽐뿌 때문에 지름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렌즈가 정말 정말 마음에 듭니다.
세상의 일들은 말이에요. 단순히 누군가의 어떤 의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정은 내가 한 것이고,
나에게로 왔을 때, 내가 보고 듣고 느꼈을 때 좋은 것이, 진실로 좋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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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ples >
with RDP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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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V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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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portra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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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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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얼마전 박찬욱 감독이 라이카와의 인터뷰에서 필름과 디지털 매체에 대해 논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디지털 모노크롬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필름시절의 컬러에 대해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촬영감독과 Colorist 들이 매진을 하여도 원하는 바를 아직 이루지 못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대안으로 올드렌즈들을 사용함으로서 예전에 자신이 느끼고 즐겼던 색을 조금이나만 재현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현재의 편리한 디지털 매체의 결과물은 1세기동안 필름 매체가 꿈꾸고 갈구하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전환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디지털 결과에 보정을 해서 필름의 그레인을 넣고 색을 살며서 틀고 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만, 허기가 해소되지를 않습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산업의 영역이 아닌 이상, 필름의 색감이 좋다면 필름을 쓰면 되는 것이고, 디지털의 색감이 좋다면 디지털을 쓰면 되는 것입니다.
위의 창덕궁 예제는 둘째아이의 창덕궁 문화탐방 모임에 같이 참여했다가 촬영한 것입니다. (한창 육아하고, X빠지게 일해야 할 연령대라 사진찍을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글들도 작은 시간의 틈을 이용해 조금씩 써나갈 뿐입니다.) 선생님도 사진을 찍으셨고, 다른 학부형들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날이 맑고 빛이 좋으니, 엄청 쨍하게 나오더군요. 그 결과물들을 보면서, 아... 나는 점점 원시인이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찍은 사진에서는 나만이 볼 수 있는 디테일과 색들이 있어요. 단순히 그것을 맛보기 위해 사진을 찍습니다. 작가질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찍는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내가 찍은 사진이 나를 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만 볼 수 있는 색이나 톤들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것입니다. '가끔, OOO에서는 XXX색이 참 묘하고 좋지 않나요?' 하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필자는 그 질문이 그저 동조를 얻기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호응을 하고 동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틀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분만이 제일 잘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함이거든요. 그런 공명(resonance)을 특별한 수식없이 대중에게 절로 어필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사진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렌즈가 잊혀진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단순합니다. '불편함' 이었습니다.
올드렌즈가 재조명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었습니다.
정말 편리하게 개체를 판별하고, 작례를 촬영해 볼 수 있었으니까요.
디지털 M바디에 물렸을 때 35mm 화각이 뜨고, 노출계는 연동되지 않으며, 결과물에는 마젠타 캐스트가 발생합니다.
슈퍼앙굴론에게 물려받은 그대로입니다.
28mm 는 훌륭한 대안들이 많았고, 완벽함에 가까운 Summicron 이나 Summilux 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렌즈는 디지털 매체에서는 똥중의 똥입니다.
그런데, 필름을 물리면 달라집니다. 1인 3역의 신기들인 연기를 거뜬히 해 냅니다.
물론 1세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플레어등의 단점들이 존재합니다. 사진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다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것은 특별한 개성으로서 존중받을만 합니다.
비로소 내가 가장 좋아하는 28mm 화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렌즈를 만났습니다.
불편하냐구요? 라이카는 '불편함' 으로 재단하는 종류의 것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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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가 가지는 특별함, 세가지 얼굴을 지닌...
Leica 28mm elmarit-m, 1st 1:2.8 (1964-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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