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골, 2015
'버리다' 와 '버려지다' 라는 의미에 대하여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상도동, 밤골마을의 골목을 걸어보았다.
피어나고, 마르고, 쓰러지고, 그리고 다시 피어난다.
이곳은 서울 한 귀퉁이의 모습이다.
시대의 흐름속에 곧 사라져갈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다시 피어나지 못한 채 힘을 잃고는,
마르고 스러져가는 것만 눈에 보이나 보다.
상도동 밤골마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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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도착한 밤골의 골목에서는 한 가구가 이곳에서 나올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밤골의 가구수가 하나 줄어들었다.
밤골은 한적하고 조용했다. 이곳을 떠날 때까지 주민들과 마주칠 기회는 무척 적었다.
'버린다' 라는 말처럼 화자 중심적인 말이 또 있을까?
내뱉음으로 철저히 나에게서 무언가를 배제할 권리를 만드는 읊조림,
그러나 배제당한 것이 나인지 저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아울러 그저 나의 편견일 뿐, 저것은 또는 저것들은 버려진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옛모습의 마을에는
어김없이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손질이 언제였을까?
네가 그린 기린 그림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물도 시간도 그렇게 흘렀다.
새로운 주소가 사실은 좀 어색하다...
고생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세월의 그을음들...
이곳은 아직도 연탄을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에어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르고
쓰러지고
다시 피어난다. 어떤 형태로든...
그럼에도 사람의 소멸 흔적은 쉽게 지울 수가 없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밤골 마을의 첫인상...
, 고요한 시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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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7 / 35mm summilux, 1st / 400TX / Rodnal 1:50 / LS50ED / 상도동,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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