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2023
서울의 봄, 2023
2023.11.21실제로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시간여행이란,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조명에 비친 무대위의 순간을 마주하는 것이다. 여기서 단 하나의 원칙은, 관객이 결코 무대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80년대는 어떠했는가... 고작해야 80년대의 태동기에 태어난 내가 80년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니까... 대학에 입학하면 교양필수과목으로 '한국근현대사' 를 공부한다. 한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기도 한 역사들이다. 역사는 승자가 쓴다고 하지만, 패자의 기록인 것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길들여진 사고를 하고, 길들여진 행동을 한다. 그러므로 질서가 자리잡힌다. 종종 그것을 벗어나는 사고를 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난 사람' 이라..
Leica Sisyphus, 2021
Leica Sisyphus, 2021
2021.07.25Everything in this world is repeated. An "eternal regression," in other words. I am Sisyphus living in the 21st century. I, too am in the process of rolling up the stones raised by the Sisyphus from the 20th century. Obviously, there would be same or different opinions. I have expressed mine based on senior Sisyphus' data and objective evidences and entities. I believe in my judgment evidence-ba..
East Sea, 2020
East Sea, 2020
2020.07.28파란 하늘에 흠뻑 취해 어디든 달아나고 싶은 아침이었다.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시동을 걸고 집 밖으로 나왔다. 목적지는 바다고플 때 향하던 경포대, 운전석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대관령에 이르러 하늘이 변하기 시작한다. 도톰한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살다보면, 미련한 기대감에 너무도 많이 와버린 경우가 어디 한 둘이었던가... 원주나 다녀올 것을 그랬나... 잡스런 사색과 함께 경포대에 도착했다. 체온을 재고, 이름 석 자, 휴대폰 번호를 남기고,빨간 띠를 두른다.다행히 하늘은 푸르다. 바람은 강했고, 파도는 키가 크다. 몇분여를 산책하다가 솔숲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간짜장 두그릇과 탕슉 부먹, 그리고 짠 바람,핫하다는 테라로사에 들려 입가심을 하고 상행길에 올랐다. 화창한..
여행의 이유, 2019
여행의 이유, 2019
2019.09.17페넬로페의 침대에 누운 오디세우스는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그토록 길고 고통스러운 여행의 목적은 고작 자기자신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었다. 때로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었다. 영원히 늙지 않는 아름다운 요정 칼립소의 침대에서 매일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한 여행자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이 그를 다시 고난의 여행길로 끌어냈고 그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기다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드리울 곳으로 돌아갔다.
신품? 미개봉?
신품? 미개봉?
2019.02.24뭔가 새거를 깔 때는 기쁘다. 그것은 지름쟁이들의 공통적인 감정일 것이다.새거는 새거니까 당연히 내가 제일 먼저 깐 것이어야 한다.과연 그럴까?? 아니, 그것 보다도 그게 정말 중요할까? 라이카를 샀다. 라이카를 소유한다. 라는 인식에서 그치면 아무 문제가 없다.그런데, '라이카니까 이러이러이러해야 하고, 저러저러저러해야 한다' 라는 식의 사고 범위가 확장되면 자충수에 빠진다.두말할 것 없이 내가 그랬으니까, 라이카 제품은 일반적인 room 에서 고무장갑을 낀 작업자들에 의해 조립이 되며, 검수 담당자가 이리 저리 만져가며 조작해보고 테스트를 한 후 출고가 된다. 보통사람들이 적당히 포장박스를 접어서 제품을 패킹하고, 마지막으로는 한번더 재생갱지로 만들어진 허접한 무지박스에 바코드와 시리얼넘버 생산연월이..
Kodak Ektachrome (E100)
Kodak Ektachrome (E100)
2018.11.01필름이 가고자 했던 길을 디지털이 대신해주고... 필름을 실용 업무에 적용하는 분야는 작금에 이르러 극히 드물다. 필름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사진이 가고자 했던 길은, 더 선명하고, 깨끗하고, 사실적인 이미지의 재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빛을 촬상소자로 잡아서 다시 인공의 빛으로 뿌리는 디지털 세상이 도래했다. 필름은 그 효율성 측면에서 디지털에게 뒤질 수 밖에 없었고, 더 선명하고, 깨끗하고, 사실적인, 그리고 너무도 쉬운 디지털의 독주가 시작되었다. 필름은 화학의 영역이었고, 디지털은 전기의 영역이었다. 산업이 그렇게 변해가듯, 사진에서도 shift 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필름은 더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취미로서의 필름 필름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취미..
취미란,
취미란,
2018.04.25심신의 건강을 보조하기 위해, 고유의 개성과 취향을 좇는,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잉여활동이다.
사진, 흥미있게 다가가기 : sofort
사진, 흥미있게 다가가기 : sofort
2017.03.25사진을 찍다보면 사진이라는 매체의 접근성, 진입장벽에 대해서 한번쯤은 고민을 해보게 된다. 1년전쯤, 어느 잡지에 지속적으로 사진을 기고한다는 젊은 사진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의 장르는 스키장의 보더 사진이었다. 어떤 호기심에서인지 그는 펜탁스의 필름카메라(me super)를 들고 있었고, 최근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의 질문은 다소 의아하였다. 사진이 너무 흔들려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감도, 조리개, 셔터스피드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를 않았다. 그렇다. 그가 작업에서 택했던 카메라는 완전한 자동을 지원하는 DSLR 의 P(프로그램) 모드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사진으로 밥을 먹겠다는 사람이 너무 무성의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가 ..
28mm : 나와 당신의 거리
28mm : 나와 당신의 거리
2017.03.11사람마다 자신이 선호하는 렌즈의 초점거리(화각)가 있다. 사람마다 표준이라고 생각하는 렌즈의 초점거리(화각)가 다르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수 있는 거리는 각기 다르다. 135판형(36mm x 24mm)에서 일반적으로 50mm 를 표준렌즈로 간주하는 것은, 50mm 가 눈에 보이는 영역을 그대로 재현해주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 인간의 한눈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각은 110도가량, 두눈을 모두 떠서 볼 수 있는 시야각은 약 140도에 해당한다. 135판형에서 50mm 렌즈의 화각은 45도로 눈으로 보는 세상에비하면 비좁기 그지 없다. 50mm 렌즈를 표준으로 꼽는 이유는 눈으로 보았을 때처럼 왜곡없이 가장 자연스럽게 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화각에 대한 표준렌즈는 35mm 라고 주장하는 사람..
방망이 깎던 노인, 2017
방망이 깎던 노인, 2017
2017.03.04"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 중에서... "일단 가져와서 보여줘야 알지. 그걸 전화만으로 어떻게 이야기해." 전화통화만으로 환자를 진단할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를 직접 보고 문진하고, 필요한 검사를 해야 진단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다. 아픈 사람을 진료하든 고장난 카메라를 고치든 이치는 같다. "걱정하지 말고 놓고 가, 대신 보채지는 말고. 서두르면 안돼." 불현듯, 고교시절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읽었던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 이 떠올랐다. 자신만의 까다로운 기준으로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다루는 명장, 그의..
object : a branch
object : a branch
2017.02.24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동경하던 '이상' 을 기리는 책이기에, 적어도 격년으로 사서 읽었던 것 같다.2015년 이상문학상, 대상은 김숨의 '뿌리이야기' 로 돌아갔다.근래에 읽었던 단편 중에 참 인상깊었던 글이었다.‘뿌리 이야기’는 삶의 터전을 떠난 철거민, 입양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인생과 다른 곳으로 이식되는 나무의 고통을 병치시켜 현대인의 고통과 불안을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이식할 나무'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낀 공포감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했다.하루 아침에 제자리에서 내쫓겨 들린 '뿌리'를 오브제로 삼아 작업하던 남자친구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산업화로 인한 현대인의 뿌리 뽑힘, 그리고 다른 곳으로의 이주가 초래하는 고통을 문학적 표현하였다.이렇게 살려고 했던 것이 아닌..
Schumann 을 기억하며... (1810-1856)
Schumann 을 기억하며... (1810-1856)
2017.02.10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던 길이었다.가깝고 짧은 시간이기에 특별히 선곡을 하기보다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이야기를 경청하곤 한다.그날은 클라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앙드레 가뇽의 영향 탓인지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 보통은 브람스의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하는데, 뜻밖에도 슈만 특집이었나보다. 진행자는 내가 알지 못한 슈만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서정적인 슈만의 음악에 왜 음울한 요소가 있는가 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진행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의 무지는 실로 엄청나서, 클라라가 당대의 천재 피아니스트였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나에게 있어 슈만은 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 '나비' 를 작곡한 사람, 그리고 클라라는 브람스가 사모한 슈만의 부인 정도였다.그러나 로베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