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한국에서 용산은 전자기기 시장의 대명사로 불린다.
용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
2. 전자기기를 싸게 구입하기를 원하는 사람,
그리고 용산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용산에서 터를 일구신 분들께 뭔가 호되게 당한 경우.
나는 위의 3가지 특징을 모두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용산이라고 하면 항상 각별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
AiWA 의 카셋트 플레이어를 샀던 것도 용산이었고,
첫 조립 컴퓨터의 부품을 구입한 곳도 용산이었다.
뭔가 새로운 제품들이 나올 때면 마음은 설레였었고,
용산에 가면 그 새로움들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가격비교 사이트가 정립이 되면서
예전처럼 용산에 가는 것이 저렴한 시대는 지나가 버린 듯 하다.
지금은 다나와에서 검색을 하고 오픈마켓에서 배송료를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구매절차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물론 예외도 있다.
배송료보다 더 싼 품목들,
이를 테면 내가 오늘 용산에서 구입한 LR1130 수은전지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판매에 관심없는 전파상 노인네가 인터넷 맞고에 정신이 팔려 건성건성 대답하다가
한 알에 3,000 이라고 했던 것이 용산에서는 한알에 500원 균일가였다.
물론 인터넷 오픈 마켓에서 구입하면 더 저렴하기는 하지만 배송료의 배꼽이 너무도 큰 것이 흠이다.
여튼, 용산에 가면 뭔가 더 싸게 살 수 있다 라고 생각하던 원칙은 깨어진 듯 하다.
MP3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카셋트테잎 플레이어나 씨디 플레이어들도
사람들의 눈 밖에 난지 오래인 것 같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갔던 것이다.
나는 최근 몇년 사이에 PC 에서 Mac 으로 완전하게 이주를 하였는데
(이제 더 이상 집에 PC 는 없다)
새로운 CPU 나 메인보드 혹은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더라도
혁신적인(제조사가 주장하기로는) 모양의 랩탑을 모아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설레기도 했었지만,
앞으로 시간을 내어 용산을 찾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것만 같아 아쉽기는 하지만,
아무리 아날로그적인 공간에 존재하여도
디지털의 세상은 그렇게 쉽게 다가오고
그렇게 쉽게 멀어져 가는 것이다.
매번 용산을 방문할 때마다. 허기진 배를 달랬던 동굴식당도 이제는 방문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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