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kar, 2005
도시의 먼지가 수북히 쌓인
옛 여행자의 기억을 꺼내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진은 이런 일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작은 편린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때로는 엷은 미소를, 또는 부끄런 볼을 상기해 낸다.
Bessa-L / 21mm voigtlander CS 1:4 / RDP III / Pushkar, 2005
Pushkar 는 인도의 3대신으로 꼽히는 Brahma 의 사원이 있는 도시이다.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는 인도인들에게는, 만물을 생성케 한 Brahma 의 공로가 그리 크지는 않았던 듯하다.
인도, 아니 전 세계에 Brahma 의 사원은 이곳이 전부일 것이다.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Pushkar Lake 를 중심으로 가트와 주거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호숫가는 광장과 같은 곳이라, 저마다의 다른 사연들이 머물다 가곤 한다.
고요했다, 고요하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다가올 석양을 기다리며,
떠돌이 악사들의 공연을 즐긴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나는 여기서, 나즈막히 '바위섬' 을 부르곤 했다.
해가 지고, 사람들이 돌아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힌두교의 규율이 엄격한 이곳에서
술과 고기는 없다.
근원적인 고요함은 이런 통제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Bessa-L / 21mm voigtlander CS 1:4 / RDP III / Pushkar, 2005
나 역시 숙소로 돌아가 일행들과 차 한잔을 나눈다.
Camel Safari 를 앞두고 기대되는 것이 많다.
짐캐리를 닮은 그는 Brahma 사원을 지키는 사도로
자부심이 대단했다.
세계 유일의 Brahma 사원, 사도...
두런두런 사원에 앉아
짜이를 대접받고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도 영어를 조금씩은 할 줄 안다.
인도를 소개하는 여행책에는 낯선이들로부터
음료등을 건네받지 말라고 씌여있다.
위험할 수 있으니...
학습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이러한 안전의식, 다른 말로 편견은
커다란 벽을 만들었고, 대접받은 짜이를 입에 대기까지
꽤나 많은 식은땀을 흘렸다.
예나 지금이나, 소심한 성향은 그대로이다...
도시에는 시장이 있고, 시장에는 도시의 표정이 보인다.
Camel Safari 를 위해 이동중에 마주친 소녀,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이방인...
미안하게도 친절했던 청년의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17세라고 했던 그의 나이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외봉낙타와 수풀이 있는 사막,
고비사막같은 곳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책에서 항상 봐오던 사막과 쌍봉낙타가 아니라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하기도 했지만,
책은 책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보통 Camel Safari 는 1박 2일로 진행된다.
모래가 참 많이 날렸던 밤이었다.
약간은 쾌쾌하고 눅눅했던 침낭의 촉감도 기억이 난다.
Camel Safari 는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떠난다고도 했다.
이 밤, 나는 얼마나 많은 별들을 헤아려 보았을까?
.
.
.
다시 먼지쌓인 도시의 풍경으로 돌아온다.
추억은 추억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추억은 분명 힘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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