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또 하나의 기억 : 밤골, 2017
그리고
밤골 : 사라진 또 하나의 기억, 2017
밤골의 일부는 먼지가 되어 나의 코를 통해, 안으로 들어오더니 나의 폐를 콕콕 꼬집는 듯 했다.
밤골은 변해 있었고, 1년전 남아있던 사람의 온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게 또 하나의 기억이 사라져간다.
먼지가 되어가고 있는 밤골을 피울님과 함께 거닐었다.
일요일이라는 정지된 시간의 틈이다.
나는 시간의 틈을 통해 멈춰 있는 공간을 홀깃 훑어보았던 작은 관찰자였다.
가고싶었던 길은, 가야했던 길은, 누군가는 날마다 걸었을 길은 더 이상 길이 아니었다.
나는 밤골과 어떤 추억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밤골을 추억하는 누군가가 이 장면들을 본다면 가슴이 아플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콸, 이런 곳에서 살아본 적 있어요?”
“난 살아본 적이 있어요. 술취한 아버지, 봉다리쌀 사들고 오던 길, 연탄 갈던 일… 그런데, 그게 나쁜 기억이 아니거든…”
“생명체에게는 두가지 숙명이 있어요.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 또 하나는 산것을 죽여야 먹고 살 수 있다는 것, 어떤 제례를 살펴봐도 이 두가지 숙명은 피할 수가 없는 거에요.”
“옛날에는 이런 동네에서, 동네에서 아를 키워줬거든, 같이 키웠지… 지금은 젊은 사람들 다 따로따로 아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까… 그런, 동네가 없어진거야…”
피울(정수일/대구)
마르고, 쓰러지고, 다시 피어난다.
나는, 우리는 그 중 어느 길 모퉁이에 서 있는 것일까...
동네가 없어졌다.
2017년 3월 12일, 사라진 또 하나의 기억 : 밤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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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0 / 28mm summaron-m 1:5.6 (old) / 상도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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