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one GR1v, 2018
J는 한동안 P&S 카메라에 꽂혀서 이리 저리 수소문하며 그것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그중 마음처럼 잘 구해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도 야리꾸리한 릭호의 GR1v였다. 이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J는 중환자 Q의 블로그 글을 읽고 또 읽고 복기해가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한다.
드디어 J는 잘 알고 지내던 나까마 업자 M을 닥달하여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GR1v 를 구하기에 이른다. 오카야마현의 한 카메라 양판점에 해묵은 재고로 남아있던 이 카메라는 한국을 오가는 소호무역상 M에 의해 바다를 건너게 되었다. M은 J에게 이것을 마지막 남은, 온리 래스트 원, 신품 GR1v 라고 소개하였고, 그렇게 J에게 건네진 것이 한 해전, 그러나 아쉽게도 J는 부쩍 바빠진 업무로 인해 이 마지막 신품 GR1v 를 사용해보지 못했다고 하였다. 물론 까보기는 했다고... 어차피 이 세계는, 까도까도 신품인 걸...
한동안 중환자 Q는 GR1v 를 떠나 보내고 남모를 상사병에 걸려있었는데... J의 판매글을 발견한 것이 유난히도 퍽퍽 찌던 금일 아침, 쓸데없는 곳에 성실의 기염을 토해내는 Q는 빛의 속도로 J의 아지트를 방문하였던 것이다.
흘러간 세월에 의해 스리슬쩍 부식이 진행되어 약간 끈덕끈덕함이 남아있던 GR1v의 on/off 고무버튼과, 손때묻은 흔적이 거의 없는 마그네슘 알로이 블랙바디와, 약간의 회색을 띤 반딱반딱 반광의 오돌토돌한 결이 살아숨쉬는 셔터버튼, 그리고 한번도 닳은 적이 없는 검정 가죽케이스를 만져보며 Q는 외쳤다.
"선생님, 이것은 신품이 맞습니다!"
어쩌면 올 여름 '쁘라삐룬' 에 의해 영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 하였던 이 녀석은 그렇게 변덕쟁이 중환자 Q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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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던 여름의 이른 아침 J 의 아지트 인근에서... Leica IIIc 3.5cm w-nikkor 1:1.8 LTM / HP5+
여름의 산타할부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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