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경우)의 수'
Leica M (typ240) / 18mm super-elmar-m / jeju
늦은 겨울 휴가의 마지막 아침,
투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펑펑 울어버리지도 않을 애매모호한 얼굴, 어둡고 바랜 색깔
그것이 아침의 얼굴이었다.
이런 날엔 저절로 사색에 젖고는 한다.
새소리에 취해 그저 의자에 한번 앉았을 뿐인데,
나무 한 그루가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나무의 가지 하나하나가 내 삶의 족적인 것처럼
콩콩콩 또는 쿵쿵쿵 귀와 가슴을 아련히 흔들어댄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걸어갈 길, 또는 내가 가지 못한 길, 또는 가지 말아야 했던 길... 들이 모여
나무의 형태를 만들었다가, 이내 곧 산산히 흩어져 갔다.
나무는 여전히 내 앞에 있었고, 바랜 하늘도 그대로였다.
내가 걸어온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다.
선택은 책임을 동반해야 하며,
현재의 내 모습은 내 선택의 결과를 반영한다.
회상속에서, 실컷 얼굴이 붉어지는 부끄러운 모습과
샘이 마르도록 울고만 싶은 설픈 이야기와
몇번이고 다시 재생하고만 싶던 재미난 이야기들이 메아리친다.
그래, 지금 내 모습이 저 가지 어딘가에 있겠지. 있겠지...
때로는 행복에 취하고, 때로는 불행에 분해하며, 간혹 뒤를 돌아보며 갸우뚱거리는 어리버리한 모습도
저 가지 어딘가에 있겠지...
더불어,
굳건히 대지에 뿌리내리고 있는
나를 지탱해주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과 사랑이 있기에, 내가 선택한 삶도 비로소 숨쉬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끊임없이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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