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7 a la carte, black chrome, vulcanite
M7 a la carte, black chrome, vulcanite
라이카 디자인의 정체성은 곡선미에 있다. 그래서 여성적인 모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유려한 곡선은 그 어떤 브랜드도 재현해 낸 적이 없다. 혹자는 라이카가 바디의 곡선 마무리 자체에 특허를 걸어서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공산품의 생산 공정에 있어 곡선은 비용과 소요시간의 상승을 의미한다.
그 오랜 기간동안 라이카는 그들의 원칙을 지켜왔다.
비록 공산품이기는 하지만, 차선의 장인정신은 꾸준히 지켜왔던 것이다.
기계식 카메라를 고수하던 라이카가 전자식 제어 시스템을 채용했던 것은 획기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
여기, 전자식 카메라의 시작인 M7 이 있다.
원래의 M7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그럼 이 녀석은 대체 무엇인가?
유저의 취향대로 고전적인 형태를 세세하게 구현할 수 있는 a la carte 라고 하는 주문 시스템이 있다.
팬더, 역팬더 등 여러가지 창의적인 조합의 카메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얼마나 재미난 일인가?
물론 현재는 필름카메라에서는 MP만 유일하게 a la carte 주문이 가능하다.
M7 은 단종되었고, M7 a la carte 역시 주문할 방법이 없다.
Vulcanite 는 경화고무라는 뜻으로 과거 고전적인 M바디의 skin 들에 사용되었던 것을 현대식 플라스틱으로 복각해 놓은 skin 을 뜻한다. 이 Vulcanite 는 많은 인기를 지니고 있었으나, 현재는 단종되어 구할 길이 없다. 생김새야 각자의 취향을 좇겠지만 이 Vulcanite 의 단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자리 부분이 쉽게 들뜬다는 점이다.(복불복이긴 하지만...) 이것은 비단 Vulcanite skin 만의 문제가 아니라 패턴을 지닌 플라스틱 재질의 skin 에서 동일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M7 의 기본 skin 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가죽 skin 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덜하다.
Original Vulcanite는 깨지고, plastic Vulcanite 는 들뜬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고, 완전한 재료도 없다.
도마뱀 가죽이나 물뱀 가죽으로 만들면 좀 더 이쁠 것 같지만, 라이카가 그렇게 다양한 skin 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좀더 유니크한 skin 을 원한다면 JNK 등의 가죽공방을 찾아가면 될 것이다.
고전적인 모습을 흉내낸 것이기에 8매를 붙여보았다. 맘 같아선 블랙크롬 바디에 블랙크롬 8매를 붙여놓고 싶지만, 그것은 언제나 그저 마음에만 있을 뿐이다.
색상은 black paint, black chrome, silver chrome 세가지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black paint 의 장점이라 한다면 고풍스럽게 반짝이는 유광 페인트 마감이 손에 찰싹 붙어 감기는 것만 같다. 각인을 채운 흰색 페인트 경계부의 미묘하게 불규칙한, 그리고 봉긋한 융선들이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동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고 멋들어지게(또는 지저분하게) 웨더링이 된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지나서는 거지 발싸개처럼 변신한다. 물론 이것은 엄청나게 오래 험하게 사용한 경우이다.
black chrome 은 도시적이고 차갑고 냉정한 느낌을 준다. 한결같은 느낌이 분명한 장점일 수 있다. 아노다이징된 블랙크롬은 벗겨질 일이 거의 없다. 끝까지 깨끗하다. 깔끔하지만 아무래도 인간적인 면은 떨어지는 것만 같다. 일반적인 렌즈들이 black chrome 마감이기 때문에 깔맞춤하기가 가장 쉬운 마감이다.
silver chrome 은 부연 설명이 필요없이 가장 고전적이고, 가장 간결하게 아름답다.
전자식 셔터, 전자식 셔터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히말라야는 커녕 지리산 종주도 하지 않을 사람들이 전자셔터가 작동하지 안할까봐 걱정하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하다.
영혼 없는 전자 바디라 갈굼을 당하는 M7 이지만,
조리개 우선 모드가 세상 편하기 그지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안다.
아무튼,
M7 a la carte, 영혼이 있든 없든 여튼 너만은 예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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