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day Morning, 2020
아내가 양모이불을 권했다. 아내에게 당신은 이불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 살며시 언짢아 한다. 아내는 이불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챙겨주는 것이었고, 나는 그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어야 했다. 왜 항상 나중에야 생각이 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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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잘 드는 날이다. 빛도 사람처럼 아침에는 누웠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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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며, 이전에 아내와 만들었던 가구들을 모두 가져와서 자리를 잡게 했다. 참 빼곡하기도 하다. 이것들을 버리는 것이 마치 우리의 추억을 버리는 것마냥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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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이라고는 반의 반평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지만, 카메라들은 자리를 잘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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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점유하는 것이 삼차원 세계에 발붙이고 있는 우리네들의 숙명이 아닐까. 내 사진을 걸 곳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진지하게 행복한 일이다. 사진의 종결점은 사진이 보여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진으로 시간은 박제될 수 있지만, 그 속의 공간은 소통을 위해 또다른 현실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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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양털에 꽂혔음이 분명하다. 아내 핑계를 대고, 나역시 양털에 푹 빠져버렸다. 이 좋은 걸...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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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황금빛 그림을 두면, 집안에 풍요가 찾아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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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의 방 메인 컬러는 yellow 이다. 집중력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결국 집중은 자신의 몫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도, 재미있는 중독성 매체가 너무 많다.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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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좀 빼야 하는데, 운동을 하지 않으니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포기하고 또 먹기 시작한다. 내 의지는 언제부터 이렇게 박약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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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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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아내의 아바타가 된 것처럼 낑낑대며 만들었던 저 가구는 둘째의 전시공간이자 수납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둘째는 나를 닮아 손을 써서 공작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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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창에서는 한강이 보인다. 커튼을 새로 해주기로 해놓고는 벌써 두달이 지났다. 슬슬 서로 까먹을 떄가 된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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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둘째가 이런 것을 참 잘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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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아재가 된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일터에서 신발을 벗을 수 없는 나에겐 참으로 좋은 솔루션...
옛날에는 발가락양말을 왜 신나 했었지...
삶이란 그런 것,
지나고 나면, 싫던 것도 찾고, 좋던 것도 멀리하고...
그냥 나를 찾고 나를 좇고 지금의 나를 보고 웃으면 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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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mm sonnar HFT 1:2.8 LTM with IIIa / Kodak GC400 / 팔레트사진관 (C41, SCAN) / at hom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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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mm sonnar HFT 1:2.8 LTM with II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