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따라 필름 간격이 차이나는 이유
여느때처럼 장비에 대한 수다를 떨고있을 즈음, (근거없는 이야기를 하실 분이 아닌) 한 회원님께서 '바르낙에 사용하는 렌즈에 따라 필름의 간격이 다르게 나온다' 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순간 나는 나의 귀를 의심했다.
1. 필름의 간격은 그것을 이송하는 바디의 문제가 아닌가?
2. 노광되는 면적은 카메라 필름실에 있는 사각형의 프레임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3. 필름의 간격이 일정치 않은 오차를 가지고 있는 바디의 경우, 그것을 교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렌즈가 그것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인가? 이상한데?
이 3가지 의문의 순간적으로 나의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며칠 후 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렌즈에 따라 필름의 간격이 다르게 나온다' 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는 중앙카메라 김학원 선생님을 찾아갔다.
"울라불라~ 울라불라~,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고 하시던데 저도 좀 이유를 알려주세요~"
"그게 바르낙만 그런가? M3는 안 그래?"
"네?? 정말 이해가 안되서 그러니 좀 알려주세요 ㅜㅜ"
"음, 그렇다면 한번은 설명해 줘야지..."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필름실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Leica M3 의 필름실, 빨간 화살표가 사각프레임을 가리키고, 노란 화살표의 은색 금속 부분이 실제로 필름과 접촉하는 곳을 가리킨다. 흔히 사각형의 프레임이 필름의 노광면적을 그대로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셔터막 뒤에 위치한 사각프레임과 실제로 필름이 위치하는 면에 간격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라이카 카메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Contax G1 (RF : range finder)
Contax IIa (RF : range finder)
Nikkormat FT2 (SLR : single lens reflex)
RF 카메라 뿐만 아니라 SLR 카메라들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필름 이송시 필름 유제면의 스크래치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한 구조이다.
김학원 선생님이 알려주신 내용을 모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카메라의 횡단면을 그려보았다. 위로부터 렌즈의 후옥 부분, 그리고 셔터막(검정색), 사각프레임(빨간색), 필름과 프레임과의 틈(노란색), 필름(하늘색), 그리고 실제로 노광되는 면적 (초록색)을 표시해 보았다. 일반적인 표준화각대의 렌즈들은 렌즈의 후옥이 깊지 않다. 또한 미러 구조 때문에 플랜지백이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보다 긴 SLR 의 렌즈들 역시 후옥이 깊지 않다.
그러나, 플랜지백이 짧은 RF 카메라 렌즈들 중에는 후옥이 매우 깊은 렌즈들이 있다. 보통 왜곡을 억제하기 위한 광각렌즈들이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Contax biogon 21mm 1:4.5 이다. 라이카에서 이 biogon 을 뛰어넘으려 만들어 낸 super-angulon 역시 후옥이 깊다.
후옥이 깊은 렌즈에서 빛이 필름면에 도달하는 것을 모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필름에 실제로 노광되는 면적은 사각프레임 뿐만 아니라, 그것과 필름면 사이의 틈(간격)에 영향을 받는다.
두가지 경우를 포개서 비교해 보면 렌즈에 따라 실제로 필름에 노광되는 면적이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실제로 촬영한 필름에서 비교를 해 보자.
카메라 바디는 내가 보유한 M3(1134xxx) 한 대만 사용하였다. 이 바디는 노광되는 필름 간격 오차가 적은 개체이다.
1롤은 21mm super-angulon 1:3.4 로, 1롤은 50mm rigid summicron 으로 촬영하였다.
좌측이 21mm super-angulon 1:3.4 의 결과물, 우측은 50mm rigid summicron 의 결과물이다.
21mm super-angulon 1:3.4 의 결과물이다, 노광된 필름사이의 간격이 더 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후옥이 긴 렌즈를 사용할 경우, 실제로 노광되는 면적이 더 넓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이다.
50mm rigid summicron 의 결과물이다. 슈퍼앙굴론에 비하여 간격이 더 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노광되는 면적이 더 적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21mm super-angulon 1:3.4 를 사용하던 1롤중 단 한 컷만 50mm 렌즈를 끼우고 촬영을 했다. 결과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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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따라 필름의 간격이 다르게 나온다?' 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을 했다. 노광되는 면적을 결정하는 것은 카메라 바디일텐데, 렌즈라니 무슨 헛소리인가 했다. 아마 나에게도 독단이 자라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오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판에서 독단으로 전개하는 것은 곤란하다. 오판과 독단은 무지와 교만에서 오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틀릴 수도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차이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상반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이해하는데 성공했다. 내 안에 자라고 있던 '독단' 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기회였다.
참고로, 필름을 한번 장전할 때마다 움직이는 양은 각 카메라 개체마다 이미 고정되어 있는 설정값이다. 다른 렌즈를 끼운다고 이 값이 변화할 리는 없다. 또한, 필름 한컷의 면적은 바르낙 바디나 전기형 M3 의 경우 더 넓게 노광되도록 설계되었다. 3:2보다는 16:10 에 가깝다. (사각프레임이 후기형보다 더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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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후옥의 위치에 따라 노광된 필름면적에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것은 노광된 필름 간격이 더 좁거나 더 넓어 보이게 한다.
이는 카메라 바디 필름실의 구조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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