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오디오 - 003.Legend : 똥이냐 된장이냐
취미에 깊이 매진하다 보면, 전설을 동경하게 된다.
좋은 것을 사용하고 싶고, 좋다고 하는 것들을 가지고 싶은 것은 본능이기에 자연스레 전설을 동경하고 좇게 되는 것이다.
Legend : a very old story or set of stories from ancient times, or the stories, not always true, that people tell about a famous event or person (Cambridge English Dictionary)
전설 : 구전되거나, 구전되다가 기록된 옛이야기 가운데 연행과 전승의 근거가 되는 인물이나 지형 · 사물 등이 존재하는 비극적인 성격의 이야기. (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
legend, 전설 의 사전적 정의는 위와 같으며,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학창시절에 항상 국어사전을 가방에 넣고 다녔었는데, 그 이유는 어떤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고찰하다 보면, 고민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두가지 의미를 병합해보면 : Legend,전설이란 일부의 개연성을 가지고 구전되는 옛이야기로서, 항상 사실일 수는 없는 이야기...
오디오나 사진에서의 전설은 1.귀해야 하고 2.숨겨져 있어야 하고 그래서 3.접근하기도 어려워야(비싸야) 한다. 이 원칙을 어기고 격변하는 현세에 몸을 드러냈다가는 만신창이가 되기 십상이다.
사진에서의 전설은 공유되는 작례등으로 일부 확인할 수 있지만, 오디오에서의 전설은 미사여구 형언일색이니 도무지 파악이 쉽지 않다.
전설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 것은 대개 호사가들의 입담덕인데,
이것은 약이기도 하고, 독이기도 하다.
호사가들의 입담에 휩쓸리는 것이 처음엔 즐겁다가도, 종종 '이 자들이 제대로 알기는 하고 떠드는건가?' 라는 의문이 든다면, 당신은 참으로 성실하고 건전하게 취미 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설에 귀를 기울여 그대로 믿다 보면 용도 나오고, 유니콘도 나오고, 크라켄도 나오고 피닉스도 나오고 못 나올게 없다.
입담을 쌓아 올리는 호사가들의 방식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또다른 사고의 흐름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써봤던 사람들보다 얼마전까지 썼던 사람이, 얼마전까지 썼던 사람보다는 지금 쓰고 있는 사람이 실체를 더 잘 파악한다.
다양성은 세상을 무던히 흐를 수 있게 해 주는 이치이고, 개인의 취향 역시 다양하니 나에게 좋은 것과 남에게 좋은 것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는 오직 한가지 종류의 오디오, 한가지 종류의 카메라만 남아있겠지...
전설이 나를 신화속 주인공처럼 명징하고 찬란한 빛의 세계로 이끌어 줄 때도 있지만,
전설은 그저 전설로 남아있을 때가 이로울 때도 있다.
사진이든 오디오든 결국은 직접 찍어먹어 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알 수 있다.
전설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진 말자. 모두 다 재미있자고 하는 일인데...
전설에 대한 맹신으로 무언가를 단정짓거나, 흥분해서 화를 낸다거나, 누군가에게 강요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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