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오디오 - 004.스피커계의 바르낙 : AR4(x)

이게 뭔소리야? 할 수도 있겠지만,
라이카 카메라 중 M 바디와 바르낙 바디, 그리고 오디오에서 AR 스피커를 섭렵해 본 사람이라면 무릎을 팍 치며 동조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카 카메라 중 역사상 가장 베스트 셀러였고, 명기로 손꼽히는 것이 M3 라는 카메라이다.
정말이지 이쁘고 흠없이 잘 만들어진 카메라이다.
빈티지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라면 아마 한대 정도는 가지고 있을법한 교양필수 과목,

바르낙 카메라는 M 형 바디가 출현하기 전에 라이카 초기를 장식하던 카메라이다.
작고 간결하며, 은근히 불편하지만, 갖출 것은 모두 갖추었다.
참으로 매력적인 카메라이다.

바르낙 카메라에 대해서는 일전에 정리해놓은 글이 있으니,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The paean for Barnack (바르낙 찬가)
'바르낙' 이라고 불리는 카메라들이 있다. 그러나 바르낙은 공식적인 카메라의 모델명이 아니다. 바르낙이라는 이름의 주인은 따로 있다. 라이카의 역사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 이름,
www.leicasisyphus.com
이 글의 요지는,
빈티지 카메라에서 바르낙 카메라가 사용자에게 선사하는 영감과
빈티지 오디오에서 AR4(x) 스피커가 사용자에게 선사하는 영감이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M 바디와 비유될 수 있는 스피커야 워낙 여럿이 있겠지만,
바르낙과 비유될만한 스피커는 정말인지 AR4(x)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AR 스피커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없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스피커이다.
인클로저 디자인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 처럼 밀폐형 궤짝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이며 간결한 디자인이다. 그릴은 삼베 재질로 되어 있다.

소리를 내는 유니트는 8인치 우퍼와 3.5인치 트위터(AR4), 2.5인치 트위터(AR4x) 로 2way 구성되어 있다.
고음기의 크기가 달라서 소리의 크기와 느낌이 조금 다르다.
AR4(x)는 기존 AR1 이나, AR3 보다 용적(크기)을 작게 하여 디자인한 모델이다.
254 x 481 x 229 (mm) 로서 가정용으로 정말 적당한 사이즈이다.
AR4 는 1964년에서 1965년까지 약 1년간 3만대 정도가 생산되었다.

AR4에서 사용된 고음기는 유명한 AR2ax(3way) 스피커에서 중음기로 사용되었던 유니트이다.
그릴에 유리솜이 붙어 있는 이유는 소리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제 스펙이 초고역까지 모두 커버를 할 수 없기에, 이것을 새로운 2.5인치 유니트로 대체하여 출시된 기종이 스테디 셀러인 AR4x 이다.
즉, AR4 를 개선하여 재출시된 모델이 AR4x 라는 이야기이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9년정도 장수한 스테디셀러 스피커이다.
그 이후로는 인클로저 크기 등이 변형된 전혀 새로운 모델들이 출시되었다.

AR 스피커에 대한 묘사는 황준님의 표현으로 간단하게 요약된다.
'그릴을 열면 바퀴벌레가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외형인데, AR에 환장한 사람들은 상태가 좋다고 혀를 내두른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고, AR4(x)는 그정도까지의 외형은 아니니 안심하자...
밀폐재료는 고전적인 유리솜으로 되어 있는데, 유리솜은 석면과는 다르다.
유리솜이라도 폐로 흡입되면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예로부터 몸에 나쁜 재료로 만들어진 것들이 소리가 좋다고 했으니...
유니트가 결착된 상태에서는 밀폐가 분명히 되어 있으니,
소리가 날때마다 유리솜이 빠져나와 가족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괴소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좋다.


처음 열어볼때는 일회용 수술복을 입고 유리솜을 빼고 보수작업을 했었다.
AR 스피커의 고질적인 문제는 고음기의 음량을 조절하는 어튜네이터에 접점불량이 빈발하는 것이다.
(접점판이 완전히 부식되어 있거나, 청녹이 쓸어있는 경우가 많다.)
떼어 내어 재생을 하는 방법도 있고, 새로운 대체품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또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당시 스피커를 만드는 사람들이 60년이 지나서도 사용되고 있을 것을 예상하고 만들었을까...
빈티지 들을 대할 때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해야한다...
유지 보수에 대해 늘 열린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세월에 장사가 없듯,
내부의 콘덴서는 완전히 변질되어 있다. AR4에서는 6mfd 용량의 콘덴서를 사용하는데
실제로 측정을 해보면, 두배가 넘는 양이 측정이 된다. 콘덴서가 오랜 시간이 지나 변질되면 통상 수치가 높게 나오며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sprague 나 cornell dubilier 제품으로 교체를 해보니 참 좋더라...
스피커 연결하는 것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별도의 아답터를 쓰거나 말굽 터미널 단자 스피커선을 사용해야 한다.




때묻은 그릴역시 깨끗하게 상큼하게 빨아줘야 한다.
물론 조심스럽게, 천천히, 부서지지 않도록...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내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
바르낙을 대할 때, 내가 그리하였으므로...
이래 저래 손이 많이 가는 스피커이기에,
이 기물에 대하여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거나,
연이 닿아 이미 깨끗하게 정비해 놓은 개체를 구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AR4(x)의 인연은 악연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더없이 좋은 친구요. 누군가에겐 참 꼴보기 싫은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내 세상살이처럼...

스피커계의 바르낙 : AR4(x)
누군가는 작고 간결한 바르낙이라면 로하스 3/5a 가 더 맞는 비유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에 매칭시킬만한 카메라는 따로 있다.

바로 롤라이 35...

냉소를 머금은 도회지 아가씨 같은 느낌의 카메라, 바르낙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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