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oh GR1v
ricoh GR1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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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풍미했던 P&S camera 삼총사중에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GR1 시리즈이다.
생김새는 좀 독특하다. 얇은 몸체에서 그립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립부만 희안한게 풍융하다.
벽돌형 TC-1 이나 T3 와는 좀 상이한 디자인이다.
풍융한 그립부 쪽으로 필름매거진 수납을 위치시켜 공간활용을 극대화했다.
예쁘게 만들기를 고민하기 보다는 실용적인 부분에 더 많은 고민을 한 GR1,
풍융한 그립덕에 P&S 중에서는 가히 최고의 그립감을 선사한다.
TC-1처럼 그립에 파지한 손가락이 종종 촬영되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필름을 넣으면 먼저 윙하면서 필름을 끝까지 감는다.
촬영을 하면서 한컷씩 한컷씩 매거진 속으로 집어넣는다.
혹시라도 뒷뚜껑이 열려 필름이 노광되더라도, 이미 촬영했던 컷들은 매거진에 들어가 있으니 안전하다.
마그네슘에 살짝 오돌토돌한 느낌의 마감은 아주 탄탄해서, 마구 던지고 굴리면서 사용해도 괜찮을 것만 같다.
몸체는 정말 가볍고 얇다.
이녀석보다 얇은 카메라를 본 적이 없다.
이에 비하면 디지털 GR 도 뚱뚱한 녀석이다.
휴대가 이처럼 편한 카메라가 있을까?
그 어떤 주머니에도 부담없이 쑥쑥 들어간다.
TC-1 을 똑똑하고 예쁘지만 퉁명스러운 친구에 비유한다면,
GR1 은 말이 필요없는 경쾌한 친구이다.
GR1 시리즈에 대해서는 라이카클럽의 '김동욱' 님께서 잘 정리해 놓으셨다.
최초의 GR1은 1996년 발매되었다. 초박형에 GR 28mm 렌즈의 성능이 무척 뛰어났기 때문에시장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고 한다. 그리하여 1997년 ricoh 는 GR 28mm 1:2.8 렌즈를 스크류 마운트로 3000개 한정 생산한다.
1998년 후드를 장착할 수 있고, 파인더 내 조명이 개선된 GR1s 를 발표하였으며,
2001년에는 오토브라켓팅, 감도조절, 수동포커스 조작이 가능한 GR1v 를 출시하였고, 이것이 GR1 시리즈의 마지막이 되었다.
가장 늦게 출시된 GR1v 의 가격이 다른 것들보다 좀 높게 형성되어 있다.
GR1을 이야기하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모리야마 다이도' 를 빼 놓을 수 없는데...
'SLR 을 사용하면 완벽하게 초점을 맞추는 데에 집중을 하게되는데, 그러다 보면 종종 담고 싶었던 순간을 놓치기 마련이다.
신주쿠에서 SLR 을 들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면 그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도망갈 것이다.
컴팩트 카메라는 스냅 사진을 위한 발명품이다.
어느 카메라든 상관없다. 그것은 단지 사진을 담는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Daido Moriyama
'카메라가 곧 사진은 아니지만, 사진가는 카메라를 필요로 하고, 카메라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이에 반하여, 모리야마 다이도는 카메라를 자신의 노예로 만든 사진가이다.' -Araki Nobuyoshi
위의 동영상에서 GR1 의 쥐잉~ 하는 필름이송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십년전에 들었다면, 수동카메라의 이송 소리를 그리워했겠지만,
이것도 묵히고 나서 들어보니 꽤 나 정겹다.
'가치변화로 인한 일본과 일본인의 정체성 위기 등에 대한 참다운 모습(reality)은
계산된 구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모습에서 오히려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작가는 파인더도 쓰지 않고 차 안이나 길거리에서 그대로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는데
이는 당시 일본 사진계에서는 매우 새로운 시도였고 서구에서는
윌리암 클라인이나 앤디 워홀 등이 앞서 시도했던 스타일이었다.'
Daido Moriyama
Daido Moriyama
Daido Moriyama
Daido Moriyama
Daido Moriyama
Daido Moriyama
Daido Moriyama
Daido Moriyama
모리야마 다이도는 퇴폐한 현대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서술한 작가이다.
'퇴폐의 미학' 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자, 그렇다면, GR1 만 있으면 우리도 '다이도'가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한번 해 보기로 했다.
정확히는 13년만에 다시 품은 GR1v, 그래 이번에는 v로...
후드를 끼우면 주머니에 넣기 번거롭고, GR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헤치는 것만 같아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사실 후드가 좀 잘 빠진다.)
가끔씩 사용하는 내장 스트로보가 무척 든든하다.
GR1 시리즈는 액정문제 라고 일컫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상단의 액정이 일부만 나온다거나, 파인더 안의 프레임 라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PCB film 의 접점불량에 의한 것으로
몇년전까지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부품 교체 수리가 가능하였으나,
단종된지 오래지난 필름 GR 들의 부품이 아직까지 남아있을리는 만무하다.
공식 AS 센터의 답변은 '해당제품의 수리는 불가' 이다.
다행히 사설 수리점에서 PCB film 의 접점을 solder 하는 식의 재생수리가 가능하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재발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PCB 가 완전히 손상되기 전까지 아마 몇번 더 수리는 가능할 것 같다.
처음부터 좀 더 문제가 없을 디자인으로 설계를 하였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고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GR1v / 28mm GR lens 1:2.8 / Ektar 100 / LS50ED
왜찍어, 2016
액정 수리를 마친 후,
생전 한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는 Kodak Ektar 100 을 만원에 사서 카메라에 끼워 넣었다.
충무로의 대도약국, 그 앞을 서성이다가...
한 컷 담아보려고 했는데... 이게 작동법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파인더 아닌 곳에 눈을 대었다가, '내가 왜 이러지??'
그렇게 버벅대다가 간신히 첫컷 셔터를 눌렀는데...
바로 날아오는 한마디...
"왜찍어?"
"간판이랑 벽이 너무 예뻐서요:)"
"뭐 이런 옛날 건물을 찍고 그러나~"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
인사하고 상황을 모면했다.
역시 사진은 익숙한 도구로 hit and run 해야 하는건가 싶었다.
그러고 보니 '왜찍어' 라는 질문은 사진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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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옛날의 습작을 좀 뒤적여 보아야겠다.
그 때는 GR1s 였으니까...
2003년에서 2004년 사이,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때도 GR1s 리뷰를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어디에도 흔적이 남아있지를 않으니;;;
신촌거리에서 찍은 필름을 십여년만에 발굴 현상...
어쩌다보니 인생작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저 아날로그 시계와 표시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언제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흔적들...
스스로 좋아하는 내 사진 중, 손에 꼽는 하나 'the solitary' ,
GR1 의 색, 비네팅, 묘사력 등이 잘 드러난 사진이다.
홍익문고는 아직 잘 있을까??
추억의 개강파티였던가 종강파티였던가...
마포구 창전동에 살던 시절,
인상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사용해 본 카메라중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가지고 다니며 셔터를 맘껏 눌렀던 카메라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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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근래로 돌아와서,
GR1v 와 Ektar 100,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GR 의 컬러는 참 어렵다...
역시 모든 GR은 흑백 전용 카메라인가...
대도약국을 지나서 후다닥 남산한옥마을로 이동했다.
역시나 입구에는 파룬궁의 후예들이 있었고...
네가티브에서는 cyan 색상이 과도하게 표현되어 전체적인 color balance 가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
보정을 한다고 한 것이 이정도...
GR 28mm 렌즈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암부에 강하고 명부에 취약하는 것이다.
강한 광원을 만나면 이미지의 경계로 veiling glare 가 발생하고 명부의 디테일이 많이 훼손된다.
하지만, 그 느낌이 나는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GR1v / 28mm GR lens 1:2.8 / Ektar 100 / 남산한옥마을, 2016 / LS50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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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구의동 골목 등교시간, 출근시간, 어디로든 가야해...
펜스를 비집고 나온 branch...
학회때문에 처음 가본 한양대, 상징물이 사자로구나...
광장,
명부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컷, 명부의 디테일이 많이 훼손되었다.
애국한양,
젊은이들에게만 열정을 기대하는 작금의 현실이 씁슬하기만 하다.
젊은이가 봉이가... 청녕들이여 화이팅!
한양2경? 이라고... 행당동이 잘 보이네... 아파트 천국...
인문대학교 앞의 행당산방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는 듯...
올해로 벌써 13년이 되었군요...
앗 추워 추워... 둘째는 유독 추위를 잘탄다...
가을 잎사귀...
GR1v / 28mm GR lens 1:2.8 / HP5+ / LS50ED
'모리야마 다이도' 는 더 이상 필름으로 작업하지 않는다고 한다.
피사체가 분명하고 목적이 분명한 프로에게
필름이냐 디지털이냐 하는 매체의 차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필름이라는 매체의 정체성은 입자감, grain 이겠지만,
애초에 기술의 발전은 이런 grain 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을 해왔다.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그 뜻한 바를 거의 이루어 놓았으나,
필름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한계점에 매력을 느끼고 그것에 취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다.
고로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작업'이 아니라 '놀이'라고 하는 편이 적확한 표현이겠다.
GR1 은 느린 카메라이다.
반셔터를 누르면 AF 를 구동하는데 지연되는 시간이 존재한다.
물론 GR1v 의 경우는 snap (2.5m) 과 무한대 라는 초점 모드가 존재하여 좀 빠른 템포로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쨌든 디지털 GR 보다는 당연히 불편한 점이 많다.
하지만 나만의 놀이를 위해서는 아직 더 필름을 사용하고 싶고,
GR1 들처럼 가볍고 얇으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주는 카메라는 흔치 않다.
망가질 때까지 쓸 카메라로 나는 GR1v 를 택했다.
이녀석은 오랜시간동안 내 외투의 주머니속에서 나의 놀이를 거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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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1v, 가장 편안한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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