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했을꼬... (Leica IIIc)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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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비딩은 꼭 탈이 나기 마련이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ebay 에서 이것 저것 검색을 하다보면 종료시간이 몇분 남지 않은 녀석들을 목격하게 된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이내 비딩을 시작한다.
이것을 낙찰받는 것을 목전에 두었던 다른 대륙의 누군가는 예측하지 못했던 내 취중 비딩으로 인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취중 비딩은 부주의할 수 밖에 없다.
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이런 상태의 카메라를 비딩하게 되었을까?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했을꼬..."
문제의 샤크 스킨 IIIc 는 바르낙 CLA 연습용 교구로 사용할 생각으로 비딩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Leica 로고의 훼손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라이카 카메라의 상징과 같은 로고를 이런식으로 훼손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작심을 하고 날카로운 칼로 로고를 긋기 시작했다. 여러번 긋고 또 여러번 긁었지만, 이 각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기를 수차례, A씨는 다른 연장을 이용해서 더 극단적인 상처를 만들 수 있었지만, 덧없는 행동임을 뒤늦게 인지한 듯 곧 그만 두었다.
그후로 반세기의 시간이 지나갔고, 각인위의 상처에는 녹이 슬었다.
1949년의 A씨는 마누라에게 라이카 산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걸까?
그가 이 각인을 지워야만 했던, 훼손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라이카에 어떤 원한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오랜시간 여러 주인을 만난 카메라에는 갖가지 사연이 실려있지만, 누구든 그 사연을 알 방법은 없다.
처음에는 교구재로 사용하거나, 부품용으로 사용할까 하였으나, 도무지 사연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진작에 소설가가 되었겠지...
그래서 나는 A씨의 사연과 넋을 기리기로 결심했다.
폐품의 카메라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셔터막 교체와 오버홀, 당연히 '중앙카메라' 에서...
세상에 이런 카메라는 또 없을 것만 같다... 나만 갖고 있겠지??
삽질의 세계에서는 역시 '정신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나는 전세계에서 Ic 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환자이기도 할테니...
A씨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그가 라이카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이유로 렌즈는 라이카가 아닌 다른 녀석을 붙여주기로 했다.
그동안 뒷캡이 없어 쉬고 있던 NIKKOR-H 5cm 1:2 LTM 렌즈가 딱 제짝인 것 같다.
1940년에 출시되어 1951년을 끝으로 11년정도 롱런 스테디 셀러였던 IIIc 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르낙 중 하나 이다. IIIc 는 개체가 무척 많고 실용적인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바디이므로, 바르낙의 입문기로 추천된다. 특히 후기형에 속하는 녀석들은 바르낙 카메라중 최고로 꼽히는 IIIf 와 그 구조가 거의 같다. IIIf 에는 와인딩 크랭크 위의 감도설정 창, 플래시 싱크 코드, 플래시 설정 다이얼 같은 미관상 불필요한 요소들이 있는데, IIIc 는 이런 것들이 없어 깔끔한 외관을 가진다. 한가지 흠이라면 셔터 다이얼 및 셔터 스피드 숫자가 좀 작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라이카 전용 파인더 중 가장 쓸만한 것은 SBOOI 하나인 것 같다. 파인더는 일본의 COSINA 가 제일 잘 만든다. 제발 좀 다시 만들어 주었으면...
이렇게 어찌어찌 하다보니 전혀 원하지 않았던 샤크 스킨의 바디를 하나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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