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2011년 그리고 2015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전라남도 나주시에서 홀로 생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가본 전라도라서 가급적 많이 돌아다녀보려 했지만,
1년정도 돌아다니니 의욕이 잘 생기지 않더군요...
그 당시 방문했었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하나가 내장산이었습니다...
'아, 산의 단풍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내장산 주차장에서 내장사까지 이르는 길은 개인차에 따라 도보로 30분에서 1시간...
길이 절대 험하지 않기에 노약자들도 수이 갈 수 있는 코스입니다.
가는 길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한발한발 딛는 길목 하나하나의 풍경이 너무도 수려하여 넋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2011년에는 홀로 내장산에 방문을 했었습니다.
나주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여 5시 반에 도착, 11월 4일이었군요...
그 때 다짐을 했습니다.
여긴 가족들과 꼭 다시 오겠다고,
2011년도에 담았던 사진들입니다...
2015년 가을, 드디어 가슴에 품었던 다짐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멀리 움직이기를 그토록 싫어하는 세 여인을 데리고 말입니다...
산행(?)에 대한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장산 아래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일찍 올라갔다가 점심즈음에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정읍 주변에는 특별히 근사한 숙소같은 것은 없었고,
정읍시내에 있는 모텔들도 성수기 요금을 부과하더군요...
그러나, 비님 덕분에
그나마 내장산 아래에서 그나마 좋다고 하는 숙소에 빈방이 생겼습니다!!
서울에서 4시간 여를 달려 내장산에 도착하였습니다.
내장산에서 우리 가족을 처음 반겨준 단풍나무...
내장산 국립공원 입구 교차로에 커다란 편의점(CU)이 생겼더군요!!
맥주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숙소에 들어가 군것질을 하다가 일찍 쿨쿨 자기로 하였는데...
히든싱어 소찬휘편을 보기 시작하더니... 모두 새벽 1시에 취침;;;;
어차피 새벽녘부터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여...
그냥 천천히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신나게 출발하는 것은 성공하였습니다...
내장산 입구에서 내장사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으나,
'산책' 을 강조하여 걸어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십여분을 걷다보면,
매점이 등장합니다...
마침 아이들이 다리가 아프네, 비때문에 젖어서 앉을 곳이 없네 등등 투정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시원해 보이는 동동주는 먹지 못하고...
우동, 김밥, 떡볶이 등을 먹기 시작합니다...
마침, 천막위에 잎사귀들이 다소곳이 앉아 있더군요...
거 왜, 영화 생각나지 않습니까?
레드, 블루, 화이트...
먹고 또 걷고...
촉촉한 잎사귀들이 너무 이뻐요...
빗방울이 열매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빛깔의 우비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물 한가운데로!!
저는 이제 위험한 행동은 잘 못하겠더라구요...
모두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지요...
간혹 멀리서도 색이 너무 두드러지는 나무가 한 그루씩 있습니다...
이게 바로 그런 단풍나무였는데...
아래쪽에 동동주, 파전 간판이;;;;
가족들도 한번 담아보구요...
셋이서... 그 사이에 입술에 뭘 바른건지... 라면국물 묻은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가
푸사리만 들었습니다...
슬슬 촬영을 거부하는 첫째에게
모델료를 제안해 보았습니다.
오백원... 흔쾌히 응하더군요...
알몸의 3인방 대장나무가 있었어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저쪽 집의 상황을 알 것 같습니다...
아빠... 힘들죠잉??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자, 많이 걸었으니... 찻집에 가서 한잔 하고 가렵니다...
성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애들에게 화좀 내지 말아야겠습니다...
뜨끔뜨끔...
다들 신나셨어요^^
케이블카는 역시 붐비는 군요...
놀이공원의 인기종목을 연상케 합니다...
기다리는 것은 모두 질색이라 패스...
내려오는 길도 걷고 싶었으나...
다수결 원칙에 의해 저의 희망은 무산되었습니다...
셔틀버스로 고고...
칠랄레 팔랄레 둘째는 당해낼 재간이 없어요...
자녀를 포함하여 가족동반으로 오신 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비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되었던 산책길이었지만,
무사히 즐겁게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아주 즐겁고 뿌듯한 여행이었어요...
돌아올 때,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서
이런 저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음, 오늘이 절정이라 하더니, 다음주는 되어야 겠구먼...'
'에이, 이게 절정 맞다니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가을녘은,
온통 빨갛게는 물들지 않아요...
항상, 여지를 남겨놓지요...
여백의 미처럼 말이에요...
오늘이 '절정'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내가 있었던 시간과 공간이 바로 '절정' 이었으니까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국의 가을,
민낯에 홍조를 드리운 것 같은 그 아담한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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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 이것저것 / 전라북도 정읍시, 2011 그리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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