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만에 창경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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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4시 30분, 잠시 짬을 내어 창경궁으로 이동했다.
그러고 보니 창경궁 가본 지 십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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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은 다른 궁들보다 나무들이 참 많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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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은 공사중이었다. 뼈대는 그대로인 것 같고, 저 분수대도 마치 하나의 유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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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이 잘려나간데에는 뭔가 슬픈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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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령이가 젖먹이였을 때, 카레라를 삼각대 위에 얹어놓고, 바위에 셋이 앉아서 가족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벌써 십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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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얘 보러 갔다... 예전에 창경궁에 가면 항상 조금씩 출렁이는 얘 아래서 한참을 멍때리다가 오곤 했다.
다소 진지하게 생긴 얼굴 탓에 사람들은 깊은 사색에 빠져 있구나... 오해를 하곤 했지만, 그냥 멍때리고 있는게 좋았을 뿐이다... 역시 그 자리 그대로...
시간에 좇기는 나는 이제 멍때리고 있을 여유를 잃었다. 그저 시간을 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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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진은 결국 '즐거운 소비'인 것 같다. 찰칵, 철컥 하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니까...
한참을 열심히 찍고 있는데 종료시간이란다.
나는 내 시계를 가리키며 "아직 여섯시 반이 안되었는데요?" 라고 물으니
"여섯시 반 지났어요." 라고 대답하신다.
아뿔사, 시계가 밥을 다 먹은게다... 태엽을 좀 감아놓을 것을...
서둘러 궁을 빠져 나왔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일곱시 이십분, 꽤나 알찬 출사였다.
Ic / 2.5cm w-nikkor-c LTM 1:4 / HP5+ / 창경궁, 2017 / Rodinal 1:50 / LS50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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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anks to '만수동생' 님
우주최강 W-NIKKOR C 2.5cm 1:4 L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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