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같은 전자책, e-ink display
대학에 입학했던 2000년, 나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 반하여
나에게 모니터의 가독성은 아직은 종이를 도저히 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시간 CRT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으면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모니터를 통해 나의 뇌로 접근한 텍스트와 종이를 통해 나의 뇌로 접근한 텍스트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인식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런 미천한 경험이 밑천이 되어
portable device 가 현저하게 발달한 지금에 이르러서도 e-book 에 대한 생각은 무척 부정적이었다.
물론 iPad 를 사용하면서
전공서적을 찾아보거나, 논문을 읽거나, 사전을 읽는 등의 short term reading tool 로서는 무척 만족하였지만,
이것으로 몇시간동안 지긋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이런 생각은 나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전자책의 등장은 LCD 를 기반으로 하여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이 되었으나,
콘텐츠의 부재 및, 위에서 언급했던 문제로 인하여 처참하게 실패했다.
눈이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빛이 있기 때문이고, 빛은 사물에 반사되어 우리의 눈으로 들어온다.
아무리 어두운 형광등일지언정 광원을 직접 바라보고 있으면 눈에 피로를 느낄 수 밖에 없다.
LCD 는 back light 광원이 필수불가결한 방식의 display 이다.
또한 LCD 는 현재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display 형태이기도 하다.
2004년 소니는 '리브리에' 라는 이름의 전자책을 발표한다. 이것이 최초의 e-ink 전자책이었지만 기억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소니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전자기기를 만들었다. 어쨌든 지금 봐도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2007년 아마존은 사람들로 하여금 최초의 전자책이라고 일컫게 만든 Kindle 을 발표한다.
amazon 은 책을 읽기 위한 도구를 만들어 내었다.
amazon 은 kindle 이라는 도구를 통하여 책을 읽는 환경, 독서 생태계에 대한 변혁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그 저변에는 amazon 의 엄청난 콘텐츠들이 있었다.
지금 소개한 2가지 전자책들은 모두 e-ink 라고 불리는 방식의 display 를 채택하고 있다.
e-ink 란 간단히 말해서 전기적 신호에 의해 마이크로캡슐이 이동하는 것을 이용하여 상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e-ink 는 기존의 back light 형 display 의 단점, (눈이 피로해지고, 시야각이 좁고,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back light 가 없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는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며, 화면전환속도가 느리고, 잔상이 많이 남으며, 명암비가 낮은 단점을 지니긴 하지만 (어찌보면 디스플레이로서는 약점이 많다.)
정적인 텍스트를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방식의 display 이다.
인간이 눈을 통하여 문자를 인식하는 방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장시간 독서시 눈에 피로를 덜 주는 display 의 장점은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이것은 아마존이 제공한 3가지 출력매체의 비교이다.
LCD 가 가장 저질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왜냐하면 LCD 는 각 pixel 이 천연색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배열된 RGB color dot 들이 모여 색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LCD 를 아주 크게 확대한 모습이다. (가운데 검정은 불량화소)
이에 반하여 흑백 e-ink 는 하나의 pixel 이 각각 하나의 흑백톤을 가지며 pixel 간의 간격도 좁기에 더 선명해 보이는 것이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전자책은 6인치, 800x600 의 해상도를 갖는 e-ink display 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정도 해상도만으로도 아주 뛰어난 가독성을 보인다.
아마존의 Kindle 출시로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삼성이 '파피루스' 라는 전자책을 출시했었고, 네오럭스응 '누트' 시리즈를, 아이리버는 '스토리' 시리즈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고, 국내 전자책 사용자의 수가 적은 이유는
'전자'책은 있되, 전자'책' 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교보문고', '리디북스' 의 업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전자책 도서관들도 생기고 있는 추세라서 (물론 보유장서가 너무 빈약하기는 하지만...)
다소 희망적인 향후 전망을 해 본다.
전자책 시장에 불을 붙인 'Kindle' 에게 가장 부러운 것은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콘/텐/츠' 이다.
갱지 느낌의 원서를 살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kindle edition 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한 amazon 은 책 읽는 도구인 Kindle 을 염가에 공급하고 있다.
이런 염가 판매가 가능한 이유는 amazon 이 device 가 아닌 contents 로 수익을 내기 때문인 것이다.
가장 우측의 Kindle Fire 라는 제품은 iPad 가 차지한 Tablet 시장에 도전장을 내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iPad 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어쨋든, 내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iPad 나 Kindle Fire 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1.과연 무엇으로 종이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가?
2.과연 무엇으로 읽어야 눈이 덜 피로한가?
이 두가지 질문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바로 e-ink 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상용화된 e-ink display 는 16 scale 의 gray tone 으로 국한된다.
이것이 뭔소리냐 하면 흑백이라는 것이다. 얘기인즉슨 text 의 표현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color e-ink display 도 존재는 하지만 단가가 크게 상승하므로 메리트가 떨어진다.
현재, 절찬리에 판매중인 전자책은
누가 뭐라해도 Kindle 이다.
Kindle 은 amazon 서적을 읽는 것 외에는 특별히 다른 용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용도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방대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기기의 하드웨어 스펙 역시 딱, text 를 읽을 만큼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최근 발표한 kindle touch 는 멀티터치까지 지원되어 편의성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전자책들은 그 모체가 되는 출판업체와 일체형으로 제작이 되어왔다.
반디앤노블스의 NOOK 시리즈,
Sony e-book store 의 PRS 시리즈,
등등 말이다.
그중 최근에 발매된 PRS-T1 과 NOOK simple touch 는 독특한 점이 있다.
바로 OS 가 Android 라는 점이다.
이는 곧 조금만 손을 쓰면 안드로이드용 전자책 어플리케이션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의 '교보e북', '리디북스' 뿐만아니라 전자책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북큐브', '에피루스', '메키아'
심지어 '킨들' 까지 하나의 장치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e-ink display 를 채택하고 Android OS 를 올린 기기가 그동안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없을 수 밖에 없다.
e-ink 는 현란한 애니메이션을 소화할 수 있을만큼 빠른 화면전환속도를 가질 수 없기에...
납득이 가도록 일단 본인이 가지고 있는 PRS-T1 과 Kindle 3 의 구동영상을 보도록 하자.
SONY PRS-T1
Amazon Kindle 3 keyboard
SONY PRS-T1
e-ink 는 그 구조적인 특징으로 인하여, 화면전환시에 암전(black out)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 나도 PRS-T1 을 접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하였었다.
하지만 이것을 감수하면 국내 전자책 도서관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으니 감수할 수 있다.
PRS-T1 루팅 방법
http://brots.tistory.com/416
Kindle
Kindle 을 보면 e-ink 의 특성을 고려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에니메이션 효과 따위는 없다.).
또한 암전의 속도도 비교적 빠르다.
무엇보다도 감동한 기능은
아마존 킨들에서 지원하는 whispernet delivery service 이다.
요약하자면 kindle 에서 부여받은 @kindle.com e-mail 주소로
제목을 convert 로 하여
Microsoft Word (.doc, .docx)
Rich Text Format (.rtf)
HTML (.htm, .html)
Text (.txt) documents
Archived documents (zip , x-zip) and compressed archived documents
Mobi book
파일들을 첨부해서 보내면 서버에서 converting 을 하여 킨들로 수신하게 된다.
한글 TXT (UTF-8) 파일을 보내보았는데,
필요없는 엔터로 인해 짤리던 문장들까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날라온다.
이 서비스는 wi-fi only 기기에서는 무료이지만, 3G model 에서는 용량에 대하여 비용이 발생한다.
(3G 모델은 @free.kindle.com 을 이용하면 무료로 wi-fi로 수신받을 수 있다.)
Kindle 역시 루팅(rooting : 아이폰 탈옥을 연상하면 된다.)을 하면 한영사전의 탑재, 한글사용이 가능해진다.
킨들 활용에 대한 총 망라
http://parkpd.egloos.com/3556465
루팅 및 한글화 정리 (클리앙 _JohnDoe 님의 글을 인용)http://moowoo.x-y.net/bbs/bbs/board.php?bo_table=com_story&wr_id=566
NOOK simple touch
반디앤 노블스에서 나온 NOOK simple touch 는 직접 사용해보지 않았기에 비교가 불가능할 것 같다.
PRS-T1 과 마찬가지로 루팅을 하면 Android OS 를 지원하는 모든 전자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단, touch 방식이 Kindle touch 나 PRS-T1 같은 툴터치 방식이 아니라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베젤 양 옆의 양각 부분이 터치 지점이다.)
또한 베제부분이 좀 두꺼운 디자인이라, 호주머니 안에 들여보내기가 좀 힘들다는 점 정도가 단점일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전자책의 무게가 라면한봉지와 비슷할 정도의 무게 라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2012년 현재 라면 한 봉지의 무게는 약 180g이다.)
각각의 전자책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네이버 카페, '디지털 감성 e북 카페' 를 추천한다.
요약,
장시간 독서를 위한 전자책 구입 조건
1. 넌 e-ink display 니?
2, wi-fi 가 되니?
3. 너를 루팅해본 사람들이 있니?
4. 터치로 너를 조정할 수 있니?
5. 너는 라면 한 봉지보다 많이 무겁니?
전자책이 처음 선보였을 때는 가격면에서 좀 터무니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10만원선에서 가격이 유지되니, 가격은 착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불행한 소식은, Kindle 이나 PRS-T1 이나 NOOK 는 모두 해외구매만 가능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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