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oks-Plaubel Veriwide 100 (1959-1965)
'명기'냐 '멍기'냐
극단적이 악평과 호평이 공존하는 카메라, VERIWIDE 100
이 카메라를 한 문장으로 평한다면,
'세상에 이만한 카메라가 없다.'
칭찬이 절대 아니며,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험험...
일전에 KB1(Biogon 53mm 1:4.5 6x9)을 만들 때, 중앙카메라에서 험담을 많이 들은 카메라이기에, 머리속의 list 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던 카메라이다.
'어후, 절대사면 안 될 카메라구나..'
엔지니어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양산형 카메라라고 한다. 현상소 사장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험험...
필름 컷 간격이 잘 겹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안 겹치는 개체도 있다. 6x10 포맷이라 딱 7장만 촬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중노출은 허용되지 않는다.
중앙카메라에서 지적한 부분은 이러하다. 1.렌즈가 너무 어둡다. 2.이것 저것 너무 짜집기(Brooks/Plaubel/Schneider/Leitz)한 느낌이다. 3.렌즈와 바디부분의 연동 구조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주로 고장이 나는 경우는 노후된 compur shutter 의 문제이고, 바디 자체는 삭은 스폰지로 인한 빛샘 말고는 고장날 일이 딱히 없다. (깡통이라 고장날 것이 없다.)
최근에 다시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동했는데, 이왕이면 옛시절의 고물 카메라를 가지고 놀아보고 싶었다.
후보군으로는 여러가지 카메라가 있었지만, 고물이라도 필자만의 엄격(?)한 기준이 있으니...
명렌즈 super-angulon 장착한 작고 단아한 카메라, 유명한 환자분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카메라, 얘는 근데 왜이리 욕을 먹는건지 정말 궁금한 VERIWIDE 100 !!
그렇지! 원래, 보검같은 명렌즈들은 늘 칼자루가 형편없었다.
그리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VERIWIDE 100 에서 '100' 은 화각 100도를 뜻한다. 빠르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초광각 카메라이다. 100도를 구현하기 위해 잔머리를 써서 6x10 이라는 변태포맷을 가져왔다. 그리하여 동일체급에 적수가 없다. 비교할 대상이 없다. 6x10 은 VERIWIDE 100 혼자니까... 수많은 명기 645, 6x9, 6x12 카메라와 비교할 수 없다. VERIWIDE 100 은 6x10 카메라니까... 자작카메라를 만들더라도 6x10의 비율은 만들 일이 없다. 가로세로의 비율 역시 사진을 만들어 내는 과정 및 감상의 지점에서 중요한 요소이다보니, 독특한 VERIWIDE 100 의 입지는 정말 견고하다고 볼 수 있겠다. 난공불략의 요새이다.
'세상에 이만한 카메라가 없다.'
1959-1965년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생산되었던 VERIWIDE 100 의 출시가는 파인더포함 $315 (본체 $260, 파인더 $55) 이었다. 참고로 LEICA M3 가 당시 $456 정도였으니, VERIWIDE 도 꽤 고가의 카메라였다.
이 Brooks-Plaubel Veriwide 100 (1959-1965) 의 바톤을 이어받은 주자는 Brooks-Veriwide (1965-1975) 로 렌즈는 47mm super-angulon 1:5.6 type 에 6x9 포맷이며 괴이한 형상을 하고 있어 인기가 적은 편이다. 둘은 사실상 전혀 다른 카메라라도 봐야 할 것 같다. 환자들의 오감을 자극할만한 녀석은 분명 첫번째 버젼인 Brooks-Plaubel Veriwide 100 이다.
어찌되었든 필름 가격 및 부대비용 등이 동반상승하다보니, 연비가 좋지 않은 고물 카메라들이 국내외에서 우수수 매물로 나오고 있다. 이런 때에 예전부터 궁금했던 카메라를 집어 들고 즐겨보는 것은 즐거운 취미 생활에 좋은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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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과 작동법
고물 찾아 삼만리... 이베희 여사에게서 구매한 VERIWIDE 100 은 거의 폐품급이었다. 원래는 종이재질(?)로 만들어진 검정색 skin 이 붙어있다. 때빼고 광(?)내고, 껍데기를 갈아주니 예뻐졌다. 누구라도 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물론 몇몇 장비는 필요하지만...
종종 수평계가 고장난 개체들도 있는데,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광학파인더는 6x10 비율 프레임이 그려진 전용파인더가 있는데, 실제로는 그 프레임보다 더 넓게 찍히는 것 같다. (Leitz 21mm SBKOO 광학파인더에서 프레임 라인만 비율이 다르다.)
비교적 안정적인 삼각대 연결부가 관찰된다.
필름실을 열기 위한 버튼이라는 것은 쉽게 인지할 수 있다.
59/101 은 1959년 101번째 생산품을 의미하는 시리얼넘버이다. 이 개체는 최초기에 만들어진 생산품이다.
59mm / 101mm 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 현상을 해보면 6:10 비율이 아니라 6:9.7 비율이다. 왼쪽에 빈스풀을 넣고, 오른쪽에 새필름을 장착하면 된다.
파인더 뒤쪽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린 레버는 Wire Frame Finder 의 동작을 위한 구성요소이다. 전면의 렌즈부를 감싸고 있는 wire frame 을 들어올리고, 뒷면의 레버 역시 같이 들어올린 후, 눈을 가져다 대면 실제 촬영되는 영역을 가늠할 수 있다. 광학 파인더가 있다면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목측식이기 때문에 촬영자가 가늠한 초점거리를 렌즈에 적용해야 한다. 최단거리는 2.5feet(76cm)로 이런 형태의 카메라중에서는 꽤나 근접 촬영이 가능한 편이다. 초점조절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6feet(약 1.8m) 20feet(약6m) 에서 뚝뚝 걸리게끔 만들어 놓았다. 은근히 재미나는 조작감이다.
조리개는 렌즈 유니트에서 레버로 조절할 수 있다. (뚝뚝 끊기는 불연속형 8/11/16/22/32)
간편히 손에 들고 찍는 촬영 행태에서는 f11 이나 f16 로 촬영할 것을 추천한다. f8 에서는 주변부 광량저하현상이 더 심하다.
하단의 셔터 장전레버를 움직여야 렌즈셔터가 동작한다. 뻑뻑하게 동작하는 경우 구조상, 셔터를 장전하는 과정에서 조리개 레버가 따라 움직일 수 있으니, 셔터를 누르기 직전 조리개 수치를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스트랩고리는 아주 오래전 사용되었던 가위스트랩을 사용하면 된다. 롤라이플렉스에 적용된 것과 유사하며, 핫셀블라드용은 크기 차이가 있어서 쉽게 벗겨진다. 필자는 스트랩을 안 쓰는 것으로 결정을...
다음은 필자가 이 카메라를 처음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조작법인데...
다중노출은 허용되지 않으며, 1번에서 7번까지 각각 슈팅을 해야 다음으로 넘어간다, 여기까지는 좋다. 7번까지 촬영을 한 후 다이얼을 계속 돌리면 E(empty)가 나오는데, 여기서 뚜껑을 열면 안된다. (아직 필름이 다 안 감겨졌다.) 어라, 더이상 안돌아가는데??!!
자, 이제 우측의 셔터를 반셔터 누르는 느낌으로 묵직하게 누르면서 스풀쪽 다이얼을 돌려보자...
슬슬슬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0이 나타나고 '뚝' 하고 걸리는 느낌이 난다.
이제 뒷뚜껑을 열면 필름이 제대로 다 말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새 필름을 넣고 지시선까지 적용한 후, 뒷뚜껑을 닫아 1까지 돌려서 촬영을 시작하면 된다.
'세상에 이만한 카메라가 없다.'
셔터를 누르면서 다이얼을 돌려야만 0 으로 진입할 수 있는 이런 어이없는 조작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는 한데...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다.
얘는 원래 이런가 보다. 하면서 쓰면 된다.
후기형의 경우는 이런 불편함 없이 0 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고 한다.
역시나 가장 잘 어울리는 필터는 40.5mm 구경의 PETRI !! 경통의 광택까지 매칭이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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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mm SUPER-ANGULON 1:8
Super-Angulon 은 중대형 필름포맷에서 초광각을 담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Schneider 사에서 개발한 렌즈이다. F5.6 type 과 F8 type 두가지가 존재하며, 47mm에서 210mm 에 이르는 초점거리를 커버할 수 있는 설계이다. F5.6 type 은 4군 8매의 대칭형 구조이고, F8 type 은 4군 6매의 대칭형 구조이다.
Schneider 사에서 제공하는 47mm super-angulon 은 원래 f5.6 type 으로만 존재한다. 빠르고 간편한 가치를 지향했던 VERIWIDE 100 를 제작하기 위해 초박형으로 특수 설계하여 만들어 낸 렌즈가 바로 47mm Super-Angulon 1:8 렌즈이다.
53mm biogon 렌즈를 적용한 KB1 과 비교를 한다면, VERIWIDE 100 이 왜 작고 간편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카메라를 선택함에 있어서 성능 뿐만 아니라 크기 역시 주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모두 잘 알고 있듯, super-angulon 은 LEICA 의 135 format 에도 적용되었다. Contax 에서 발매했던 21mm Biogon 1:4.5 렌즈에 대응하기 위해 Schneider 사에 설계 의뢰하여 탄생했던 21mm Super-Angulon 1:4 (4군 9매) 이 바로 그것이다. VERIWIDE 100 의 Super-Angulon 은 초창기의 21mm Super-Angulon 과 그 결이 같다. 맑고 은은하고 차분하며, 역광엔 쥐약;;;
또한, Biogon vs Super-Angulon 은 언제 꺼내 놓아도 재미난 주제이다.
Biogon 을 붙임성있고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활발한 성격으로 비유한다면, Super-Angulon 은 숫기없고, 조용하며 차분한 성격이라 할 수 있겠다. Biogon 은 해상력, 선예도, 콘트라스트, 역광에서의 강한 면모 등에서 흠잡기 어려운 렌즈임에 분명하다. 건강하고 쾌활하기가 참으로 일관적이다. 맑고 차분하며 은은한 Super-Angulon 은 조용조용 담담히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다가, 아니 얘한테 이런 면이 있었어??!! 하는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며, 어쩔 때는 볼이 빨개져 도망가기도 하고, 아련함을 주기도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매력을 풍기는 렌즈이다.
그래서 VERIWIDE 100 이 참 재미난 카메라가 된 것 같다. 슈앙의 성격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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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 광량저하
대형카메라 렌즈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넓은 이미지 써클의 광각렌즈에서는 주변부광량 저하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센터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VERIWIDE 100 에 탑재된 47mm super-angulon 1:8 렌즈 역시 주변부 광량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센터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40.5mm 구경의 전용 센터필터를 구하기 여간 쉽지 않고, 간편한 카메라를 지향하는 VERIWIDE 100 에게 센터필터까지 붙이는 것은 그리 합당한 처사가 아니다. 그냥 쓰자! 이런 주변부 광량저하를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사용하면 속이 편해진다. 주변부 광량저하는 최대개방에서 특히 심하고 f11, f16 으로 갈수록 조금씩 줄어든다.
이 주변부 광량저하는 negative film 에서는 비교적 적게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콘트라스트가 높은 positive film 에서 두드러지게 관찰할 수 있다.
주변부와 중앙부의 차이를 고려하여 노출을 설정하면, 충분히 재미나고 집중력 있는 표현을 할 수 있다.
다들 아는 이야기이겠지만 주변부 광량저하는 빛이 쨍쨍 내리쬐는 상황에서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아침녘이나 저녁 즈음, 그늘진 곳, 빛이 좀 부족한 상황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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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을 기대하지마
그래도 천하의 super-angulon 인데, 역광과 한 판 붙어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역광으로 렌즈를 들이대면, 수줍게 뒤로 한 발 물러선다. '나는 슈앙이잖아...' 하면서...
이 super-angulon 은 역광에서 예측이 쉽지 않은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반대로 이런 병신맛이 사진 속에 아련한 느낌을 담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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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만약 XX라면... 이라는 가정들은 대부분 쓸데없는 걱정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생각보다 그리 다양한 환경속에서 사진을 찍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촬영 습관등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어떤 카메라와 렌즈가 필요한지 쉽게 알 수 있으며, 고생을 덜 할 수 있다.
발매시의 브로슈어에 있던 것처럼, VERIWIDE 100 은 빠르고 간단하게 촬영할 수 있는 초광각 중형카메라이다.
47mm Super-Angulon 1:8 의 객관적 성능은 Biogon 에 미치지 못한다. 주변부광량저하가 심하고, 주변부의 해상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이 렌즈는 개성이 분명하며, 재미가 있다.
조용조용히 티 안내고 지내는 데, 알고보면 할 건 다하는 모범생 이미지랄까...
이정도의 화각을 커버하는 중형카메라 중, VERIWIDE 100 만큼 부피가 작은 카메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렌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6x9 카메라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크기에 대해서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VERIWIDE 100 은 가방속에 부담없이 잘 들어간다. 그리고 부담없이 툭툭 찍을 수 있다.
한 롤에 8장이 아닌 7장뿐이라는 상실감이나, 삼각대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칼자루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다면,
'세상에 이만한 카메라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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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ples >
...color negaitive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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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positive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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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negative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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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만한 카메라가 없다.'
6x10 체급 세계챔피온 VERIWIDE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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