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나를 위한 카메라 #3, KB1 (King of Biogon no.1), typ5369
나만의, 나를 위한 카메라 #3,
KB1 (King of Biogon no.1), typ5369
린호프 6x9 시스템에서 사용되었던, 53mm Biogon 렌즈를 목측식 compact 6x9 시스템으로 개조하여 사용한 카메라이다.
왕중의 왕, 53mm Biogon 을 칭송하기 위한, 다소 유치할 수 있는 네이밍, King of Biogon...
이니셜이 내 성과 이름과 공교롭게도 같다. 나는 KBJ, 이녀석은 KB1, 늦둥이 동생처럼 잘 아껴주면서 사용해야겠다.
이 카메라는 중앙카메라 김학원 선생님에 의해서 제작되었으며, 이 녀석이 4번째 작품이다.
53mm biogon, 그리고 6x9 format 에서 따온 type number 를 붙여보았다.
누군가 이글을 보고 선생님께 제작을 의뢰한다면 5번째 owner 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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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메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전설속의 KH1 을 마주하면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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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1,
김학원 선생님이 여러해 전에 완성한 세계에 단 하나뿐인 바디이다.
Format 은 6x7, 바디시스템은 온전히 스스로 선반을 이용해 만드셨고, 렌즈는 항공사진용 카메라에 쓰이던 38mm biogon 이다.
와인딩, 이중상 거리계를 탑재한 초박형 67카메라이다.
디자인은 라이카에서 받은 영감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
몇년동안 틈틈히 간신히 만드셨다고 하니, 이것을 하나 더 만들어 주세요. 라는 말 자체가 나오기가 무색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제작을 의뢰하였으나, 거절하셨다고 한다.
양산형 공장이 아닌, 개인이 수작업으로 이런 카메라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
아마 1년 연봉을 카메라 대금으로 제안한다 하여도 모자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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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선생님, 이건 제가 만지는 것도 부담스럽네요... 이걸 어떻게 또 만드실 수 있겠어요?"
"이건 못만들지, 근데, 69는 만들기가 이것보다는 수월해, 한번 해볼텨?"
"어휴, 전 무거운 것은 딱 질색이에요~ 그냥 작고 이쁜 라이카가 최고~ 큰거는 그냥 대판 쓸래요~"
"그런가? 흠흠"
그렇게 중앙카메라에 드나들면서 조우한 환자분들 중에
실제로 53mm 6x9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분이 계셨는데,
이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니지는 않을테니,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실 이런 디자인의 카메라는 나의 취향과도 상반된 방향이었고,
기능자체도 구식으로 동작을 하는 것이기에, 별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학원 선생님과의 인연도 여러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은퇴에 대한 고민을 듣게 되었다.
'아, 선생님이 안 계시면, 카메라들은 어떻게 하지??'
이 카메라를 만들겠다고 결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8년 겨울, 나는 뭔가에 홀린 듯 eBay 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69 카메라, 만들게요"
"음, 그럼 재료부터 모아와봐~"
이 장면, 뭔가 울티마 등의 게임류를 연상하게 한다.
그렇다. 장인이 작업하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1. Ensign Selfix 820 : 69 몸통으로는 이 녀석이 가장 탄탄하고 좋다. 역시 simple is the Best !
2. 53mm Biogon 구입 : 린호프 69에 들어있던 53mm biogon, 안타깝게도 이미지 서클이 딱 69까지이다.
3. Biometar 80mm 1:2.8 렌즈 구입하기 (헬리코이드 적출용) : 이것만큼 튼튼한 경통 및 헬리코이드가 없다고 한다.
4. 핫슈적출을 위한 CONTAX IIIa 또는 그것의 모방품인 Kiev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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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nsign Selfix 820 구입
필름이송을 하는 방법은 뒷판의 숫자를 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요렇게 생긴 놈이 근래 생산되는 필름 암지의 숫자와 제대로 매칭이 되는 녀석들..
그래서 ensign 820 중 뒷판이 이렇게 생긴 녀석을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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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53mm Biogon 구입
사실 리스크가 제일 큰 항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카메라 제작의 핵심이 되는 비오곤 렌즈...
나는 과연 온전한 비오곤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영국 셀러에게 구입을 했는데, 렌즈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ㅜㅜ
셀러에게 컴플레인을 거니, '니, 알 바꿔치기 한거잖아. 시끄러...' 라는 대답을...
음... 영국은 신사의 나라가 아니었던가... 이런 개생퀴...
김학원 선생님을 '구마적'이라고 한다면, '신마적'에 해당하는 거인광학의 마이스터님이 깨끗하게 소지를 해 주었다.
다행히 곰팡이가 코팅을 먹지 않았다. 살았다!!
special thanks to 'Sang-In Park'
'음, 용케도 재료를 잘 구해왔군 그래...'
'뭐해, 빨리 다음거 구해와~!'
"1/500초로 가는 다이얼이 더 빡빡하고, 셔터를 장전하는데 힘든 이유는, 스프링 때문에 그래요. 1/500초 전까지는 스프링 하나만으로 동작하다가, 1/500초에 이르러서는 2개의 스프링을 다 이용하거든, 그래서 그런 느낌이 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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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iometar 80mm 1:2.8 렌즈 구입하기 (헬리코이드 적출용)
무겁고 튼튼한 53mm 비오곤의 헬리코이드를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다른 렌즈의 몸통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기에 러시아제 Biometar 렌즈가 필요하다. 이것은 Pentagon six 바디의 기본 렌즈로 EBAY 에서 구할 수 있다. 여러가지 버젼이 있는데, 이 형태가 제일 간결한 것 같다. 고무나 인조가죽이 들어간 디자인은 좀 지저분해 보인다. 제작 시기에 따라 MADE IN DDR 이라는 문구의 위치가 다르다. 적절한 것을 잘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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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재료를 모두 모았습니다!!"
"음, 슬슬 시작해볼까?"
2019-10-19 두랄루민 경통제작중
벽돌같은 듀랄루민이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2019-11-06
2019-11-06
대부분 6x9 로 알려진 카메라들의 실제 비율은 6x8에 가깝다.
양쪽 프레임을 갈아서 베울을 6x9 에 맞추도록 할지 그냥 둘지 고민이다.
갈게 되는 경우 내부에 난반사를 막는 페인팅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면 수년내에 페인트칠이 일어나게 된다.
아무래도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2019-11-06
2019-11-06
2019-11-06
형태를 조금씩 조금씩 잡아가고 있는 듀랄루민...
2019-11-06
개조된 헬리코이드용 경통과 비오곤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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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만드셨던 3대와는 다르게 최단거리를 최대한 짧게 만들기 위해 헬리코이드의 움직임을 더 크게 해 주셨는데, 그로 인해 조리개 수치를 볼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야 했다.
원래의 조리개는 이런 형태로 존재했기 때문에, 개조 후에는 그대로 사용하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짜잔!
이런식으로 부품을 깎아서, 아노다이징 처리에 각인까지 새겨 넣어주셨다.
그리하여 무한대영역에 도달할 때 방해되는 것이 없다. 무한대에 도달하면 조리개 수치가 보이지 않지만, 주변 구조물과의 위치 관계를 파악해 놓으면 헷갈리지는 않는다.
바디와 연결된 연장 경통 부위는 계단식으로 한땀 한땀 가공을 해 주셨다.
아노다이징 처리에 무한대까지 조정된 상태이다. 이제 렌즈를 꽂고 파인더 접합붕부위를 가공하면 완료. 즉 완성을 목전에 둔 상태이다. 아, 무한대도 맞춰야 한다고 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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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월의 마지막 화요일, 약속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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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가자, 고기먹으러! 오늘은 내가 쏜다!"
"선생님, 제가 사야죠. 어떻게..."
"내가 산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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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디 좁은 책상 한 켠에서 참 많은 것들이 피고, 지고, 다시 태어났었다.
작은 쇳덩어리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던,
그 손길이 더 멀어진 것이 내심 아쉽기만 하던,
2020년의 5월 마지막 주...
그리고, 그 때 태어난 하나의 피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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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1 (King of Biogon no.1), typ5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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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le>
with RPD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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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D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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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D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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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D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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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DIII
인수한 바로 다음날 아침의 사진이다. 후방으로 빛이 새는 것을 발견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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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olga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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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olga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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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olga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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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olga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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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olga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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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V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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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V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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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V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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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V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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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V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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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VP50
Biogon 은 기본적으로 발색이 진하여, RVP50 과의 조합은 색이 과한 느낌이다. RDPIII 를 사용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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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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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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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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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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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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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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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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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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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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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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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다중노출을 좋아하긴 하지만, 의도치 않은 것이 좋을리는 없다.
가끔 부주의로 이런 컷들이 나오곤 하는데, 습관을 익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촬영을 마치고 다음 컷으로 돌려놓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ROLLEI35 와 그 이치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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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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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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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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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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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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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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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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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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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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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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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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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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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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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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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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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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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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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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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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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P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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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rus puts human being in crisis, but it is true that they saved the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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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다되어, 자전거를 타고 누비며 한컷씩 끊을 수 있는 즐거움이 생겼다.
무엇이든, 완벽하거나 마음에 완전히 드는 카메라는 없을 것이다.
하나 하나가 각기 다른 즐거움일진데...
어찌되었든,
각박한 사바세계에서 속풀이를 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생긴 것이 너무 좋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룰 수 있었던 성과임에 너무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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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기 전에 이건 꼭 마무리해주고 싶었어..."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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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겨울에 시작 / 초고, 2019-06-10 / 2020년 5월 완성 / 퇴고, 2020-07-22
나만의, 나를 위한 카메라 #3,
KB1 (King of Biogon no.1), typ5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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