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eum, 2024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
Audiophile 들에게 꿈만 같은 박물관이 개관하였습니다.
오디오의 역사, 그리고 빈티지 오디오의 끝판왕이라는 Western Electric Sound 를 드넓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곳이죠.
이런 곳이 생긴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단순한 눈요기 외에 과연 소리까지 관람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으나...
와우! 그것이 가능하네요. 정말 놀랍습니다.
오디움의 초입은 관람객들을 향한 반가운 인사입니다. 가시권에 있는 귀한 빈티지 앰프와 스피커들이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매킨토시, 마란츠, JBL 하츠필드, 파라곤, 랜싱 아이코닉 등의 오디오파일의 워너비 기기들이 일제히 인사합니다. "어서와~ 이런 곳은 처음이지?"
반가움 또는 친숙함이 느껴집니다. 내것이었거나, 내것인 것들, 또는 내 공간에 들여놓을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기기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런 친숙함은 여기까지입니다.
태초의 오디오는 공공연설 또는 거대한 극장을 풍성한 소리로 채울 용도로 설계, 제작되었기에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소형 오디오와는 다른 점들이 많습니다. 오디오는 공간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오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로 공간을 꼽지요. 오디오와 공간의 밸런스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꿈속에서만 상상하던 Western Electric Sound, Audeum 이 아니었다면 생전에 이런 공간에서 이런 시스템들로 음악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오디오 역사의 양대산맥이라 하는 아메리칸 사운드와 도이치 사운드의 비교 청음이 시작됩니다. 두 시스템에서 같은 곡을 번갈아 틀어주는데... 제 귀에는 확연히 방향성의 차이가 구분이 되더군요.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여담으로 도이치 사운드는 히틀러의 연설이 뚜렷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명징한 사운드를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독일어의 독특한 발음 등을 고려해 보면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메리칸 사운드는 자유롭고 호방한 그들의 기조처럼, 물흐르듯 아주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옛시절 스투디오에서 모니터링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서부전기의 757a 시스템입니다. 아마도, 가정용으로 사용하기에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일 것입니다. 도장등의 마감이 제 취향과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서부전기라니!!
그런데, 이 간소한(?) 괘짝의 가격이 1억을 호가한다는;;;
공간적 미학을 살린 에디슨 축음기 복도를 지나면...
현대의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고 괴기스러운 형태의 Western Electric Horn 16-A 로 가득채워진 소리의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전에 western electirc 755a 를 구매하러 갔다가, 판매자 분의 공간에 설치된 16-A Horn system 을 보고는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는 제가 오디오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서, 형태와 크기에서 많은 이질감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Altec 의 A5 나 16-A Horn system 같은 것들이 점점 멋져 보이기 시작합니다. 큰 일입니다.
넓은 공간에 이렇게 배치를 해 놓으니 Trinity 가 떠오르기도 하고 막...
Western Electric Horn 11-A, 이 시스템의 소리도 참 좋더군요.
전설속의 Western Electric Horn 12-A, 13-A 가 한 세트는 청음할 수 있도록,
또 한 세트는 뒷모습을 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디오가 소리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것이었다면, 빛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것은 카메라입니다. 근현대 문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 그렇지!! 오디오와 카메라는 분명 일맥상통한 면이 있습니다. 오디움의 한 공간에는 수많은 카메라들이 아주 멋지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 수많은 빈티지 카메라들이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있겠지요?
개관을 기념하여 후카오 다이키(Fukao Taiki) 작가의 시선으로 촬영한 오디움의 사진 전시가 진행중입니다.
우리에겐 오르골로 알려져 있는 뮤직박스의 원형들입니다. 핀실린더가 회전하면서 날카로운 금속니(Steel teeth)와 만나 튕기는 소리는 내는 오디오이지요. 무전원으로 동작하는 오디오의 원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디움 전시의 가장 마지막은 후기형 미러포닉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리스닝 룸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구조가 희안하여 관계자분에게 물어보니, 저명한 건축가 쿠마 켄고씨가 저 위치에는 기둥이 있어야 한다고 하여 이리 구성되었다고... 별다은 음향학적 의미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기둥 구조를 패브릭으로 감싸 공간을 형성하였는데,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동양도 서양도 아닌 딴 세상같은 느낌이랄까요. '천상의 소리' 를 듣는다는 기분을 만들어 주는 구성적 요소로 보입니다. 음악은 꽤 다양하게 틀어주는데, 마지막은 뽕짝이 장식을 했습니다. 뽕짝이라도 이런 시스템에서는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들리지요. 그것이 바로 오디오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재즈를 들어보지 못해 아쉬웠는데요. 먼저 가 보신 선배님들은 재즈를 요청해서 들으셨다고 하시는군요. 이 공간에서 할애된 30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묘한 소리의 세계였습니다.
천상의 물결로 치장된 미러포닉 시스템 맞은 편에는, 어느 오디오파일이라도 침을 질질 흘릴만한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어느 집요한 오디오파일께서 평생 모으셨다는 비틀즈 전집, 휘귀한 수백개의 카트리지들, 무심한 듯 툭툭 놓여있지만 가격을 매기기 어려울만큼 진귀한 빈티지 앰프들... 우리의 가시권 정도에 있는 것이라면 박스에서 막 꺼낸 그림같은 Torrens 124 턴테이블 정도가 있겠습니다. 복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마치 천상과 닿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풍경에서 황홀함을 목격했다면 당신은 환자임이 분명합니다.
먼저 다녀오신 선배님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오디오를 몽땅 팔아치워야 할 것 같아..."
"당분간 내 앰프를 켜지 못할 것 같아..."
쉽게 이런 말씀을 하실 분들이 아닌데, 바뜩 긴장을 하고 오디움에 들어갔습니다.
잘 정비된 서부전기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니... 선배님들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빈티지 오디오 소리라고 하면 '빈티지' 라는 수식에서 면죄부를 챙기듯 맛이 간 소리를 내는 경우가 허다한데,
실제로 잘 정비된 빈티지 오디오들은 정말 매력적이고 개성넘치는 즐거운 소리를 선사합니다.
이렇게 잘 정비된 Western Electric Sound 를 들어볼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Audeum 이 유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초대하고 소리를 공개한다는 것은 왠만한 자신감과 확신 없이는 정말 어려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Audeum 에는 세계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 합니다.
쏜살같이 흘러간 90분의 시간 후에, 저역시 오디오를 팔아야 하나, 당분간 내 앰프의 전원을 켜지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으나,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지요. 꿈꾸던 것을 현실에서 잠시 만나보았던 것으로 충분히 즐겁고 만족합니다.
각자에겐 역시 각자만의 오디오가 있어야 하니까요.
천하무적 만능 최고의 오디오가 존재한다면, 아마 이 세상에는 한가지의 소스기기,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그리고 스피커만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개성있는 소리를 비교해가며 일종의 쾌감을 얻고, 번뇌에 빠지기도 하며, 시지프스처럼 끝없이 돌을 굴러 밀어올렸다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잘 차려진 밥상을 들어엎을 때도 있지요. 왜 그랬나 후회하기도 하고...
오디오 취미를 하면서 가끔, 내가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때, 오디움을 방문해서 귀를 정화시키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Western Electric Sound 의 잔향이 귓가를 맴돌고 있네요.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겁없이 2주후에 가족관람을 예약하였는데, 사전답사를 와보니 가족들과 함께 즐기기에도 좋은 전시구성인 것 같습니다.
오디오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오디오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잘 즐길 수 있는 레파토리입니다.
오랜시간동안 이 곳을 계획하시고, 에너지를 쏟으시고, 많은 이들에게 이런 즐거움, 호사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나누어 주신 Audeum 관계자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디움은 목/금/토 에만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한 타임에 20명만 예약이 가능합니다. '14세 이상' 연령제한이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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