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ca Hektor 2.8cm 1:6.3 (1935-1955)
Leica Hektor 2.8cm 1:6.3 (1935-1955)
Leica Hektor 2.8cm 1:6.3 (1935-1955)
인류 최초의 광각렌즈는 Zeiss 가 만들어낸 Tessar 2.8cm 1:8 이다.
이에 질세라, 라이카가 서둘러 발표한 최초의 광각렌즈는 1935년도에 발매된 Hektor 2.8cm 1:6.3 이다. 무려 1/2 stop 이나 빠른(밝은) 렌즈이다. 3군5매의 구성, 조리개날 수는 6매, 이 렌즈는 후속에 해당하는 red summaron (summaron-m 2.8cm 1:5.6)이 출현하기까지 20여년간 약 1만개 정도가 생산되었다. 즉 그리 드문 렌즈는 아니지만, 연식이 있다보니, 제대로 보존된 개체는 적을 것인, 그리 흔하지도 드물지도 않은 렌즈이다.
동생인 red summaron 에 비해 투박하기 그지없는 외형은, 구지신개 홍칠공이 들고다녔을 '타구봉' 을 연상케 한다.
Leica 에 37년(1912-1949)동안 몸담은(뼈를 묻은) Max Berek 은 자신이 개발한 렌즈들에 'Hektor' 와 'Rex' 라는 반려견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헥토르의 이름이 Max Berek 의 개에게서 왔다는 것이 정설이기는 하나, 애초에 그 이름이 나온 곳은 트로이의 영웅 HECTOR 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잠시 헥토르옹 소환...
Hector and Andromache c.1863 (The Iliad) by 'Peter Paul Rubens'
"여보, 그만좀 질러대고 애좀 봐요"
전용 악세사리로는 개밥그릇의 원조격에 해당하는 SOOHN, 그리고 지금은 쓰기 꽤나 불편한 전용 파인더 SUOOK 가 있다. SOOHN 후드는 매우 드물고 꽤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중환자가 되어갈수록 이런 볼품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 같은 디자인들이 가슴을 후벼파게 된다. 그러나 나는 후드가 없는 간결함이 '다행히' 더 좋다.
Full Set of 2.8cm Hektor
Hood of '2.8cm Hektor 1:6.3' : SOOHN
Viewfinder of '2.8cm Hektor 1:6.3' : SUOOQ
다음세대의 red summaron 이 워낙 뛰어난 렌즈이기에, 헥토르를 굳이 사용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두 렌즈의 맛은 분명히 다르다. 두 렌즈 모두 대개의 개체들 알상태가 좋지 않다. 헤이즈가 많고, 렌즈알자체가 열화되어 뿌옇거나, 기포처럼 보이는 오염현상들이 많이 관찰된다. 흔히들 이런 렌즈 상태에서 보이는 이른바 병신같은 표현들을 해당렌즈의 특색이라고 흔히들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위스키나 꼬냑을 대할 때처럼 높은 도수의 알코올 기운 너머의 깊은 향미를 느껴보듯, 이 녀석들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보려고 노력하는 삽질, 이것이 올드렌즈를 진심으로 즐기는 방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sn:250484, 1st batch at 1935 / 대부분의 헥토르 렌즈는 무코팅이다. 나와 연이 닿은 이녀석은 1935년에 생산된 최초기형, 늘 그렇듯 올드렌즈에서 초기형이라 하면 일단 프리미엄으로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후면의 모습은 뭔가 덜 만들어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준공 직전의 마감이 덜 된 듯한...
렌즈를 나에게 넘겨주신 어르신은 'red summaron 은 알이 물러서 못쓴다. Hektor 가 더 샤프하고 좋다.' 라는 암호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지셨는데, 나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설마 유리자체의 경도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디자인도 더 이쁘고, 형태적 완성도, 해상력도 우월한 red summaron 에게 토라질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렌즈를 사용하다 보면 희안한 점이 눈에 띄는데, 초점면을 설정하더라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피사계 심도를 벗어나는 현상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전핀이나 후핀의 개념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대형카메라의 무브먼트를 이용해 억지로 초점면을 엇갈리게 설정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광축이 틀어진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with HP5+ (xtol 1:1) / 자전거와 자동차 그리고 가장 뒤 사물들의 선예도에 주목해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with Kodak GC400 / 초점을 맞춘 가운데의 나무와 근경 중경, 무한대에 속하는 원경 등을 살펴보면 이론상의 피사계 심도와 다른 형태를 보여주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공간이 뒤틀린 느낌, 마치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는 느낌, 망막에 불규칙한 맹점이 생긴 것마냥 이상하기 짝이 없다.
중앙부의 근경에서 선명하던 상이, 중경에 이르러서는 여지 없이 무너진다, 그리고는 코너 모서리의 원경에서는 또다시 선명해진다.
이 현상을, 공간감이 묘하다. 몽환적이다. 등등의 수식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렌즈 연마기술을 고려해본다면, 그 이유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아마도 연마한 구면의 곡률이 일정치 않아서 보이는 왜곡일 것이다.
처음에 백내장이 가득하던, 그래서 거인광학에서 개안수술을 받은 이녀석은, 무코팅의 최초기형에 속한다. 그래서 이런 왜곡들이 더 잘 목격되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이런 현상이 나의 초기형 개체에만 발견되는 현상인지 궁금하여, 지인에게 부탁해 27로 시작하는 다른 두 녀석을 디지털바디로 테스트해보았으며, 그 결과 다들 약간의 정도차만 있을뿐 매한가지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헥토르 너의 병신력은!!!)
2.8cm Hektor 1:6.3 sn.27xxxx A
2.8cm Hektor 1:6.3 sn.27xxxx B
2.8cm Hektor 1:6.3 sn.27xxxx A
2.8cm Hektor 1:6.3 sn.27xxxx B
20년을 롱런 하였으니, 아마도 QC 가 잘 이루어진 후기형의 경우는 해당 현상이 감소 또는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최후기형 개체에 대해 map camera 에서 제공한 리뷰를 보면 그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드렌즈의 기능적인 면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그저 재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몇년전의 나라면, 이런 수차가 없는 개체를 찾아 장터와 샵을 어슬렁거렸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내 헥토르는 그저 내가 만난 재미난 헥토르일 뿐이다. 그것도 나보다 훨씬 오래 세상을 살아온...
헥토르의 독특한 거친 광륜
올드렌즈의 묘미라면, 예상을 뒤엎은? 함께 오래 지내다 보면 나올 곳이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플레어나 광륜이다. 헥토르의 광륜은 이후 후배 렌즈들의 그것에 비하여 거친 편에 속한다.(렌즈테두리의 마감처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유리알 재질의 차이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서라 잡생각이 너무 많으면 힘들다. 여기까지만...) 마치 태양의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모양이다(아흑... 코로나 ㅜㅜ). 올드렌즈를 사용함에 있어, 이런 모습들에 화를 내면 안된다. 인도 여행을 가서 만만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느리다고 짜증내며 기분을 망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독특한 재미와 표현으로 인정하는 것이 좋겠다.
이 렌즈의 맛은 흑백 뿐만 아니라, 컬러에서도 나타나는데, 맑거나 고운 것과는 결을 달리하고, 칙칙하면서 금속빛 광택을 더한 느낌의 색을 보여준다. 개방에서의 주변부 광량저하현상은 여느 올드렌즈들이 그렇듯 뚜렷한 편이다.
with Kodak GC400
with Kodak GC400
여느 렌즈들이 그렇듯 조이면 선명한 상을 보여주고,
with Kodak GC400 at f11
열어주면 힘이 빠져 축 쳐지고 늘어진 듯한 보케를 보여준다. 나른함이라고 해야할까?
with Kodak GC400 at f6.3
with Kodak GC400 at f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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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28mm LTM 렌즈들의 뒷캡으로 항상 사용하는 Leica Ic,
실제 사용하기에도 편하거니와, 이 녀석들의 절제된 디자인이 크롬렌즈의 자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2.8cm Hektor with Leica Ic and canon early slim UV filter 34mm
Canon 의 전기형 슬림필터가 참 잘 어울린다. 다만 이것을 사용하면 조리개 조절이 불가능하다;;;
Leica Hektor 2.8cm 1:6.3 (1935-1955)
라이카는 2.8cm Hektor 렌즈를 토대로 완성형에 가까운 4군 6매의 red summaron 을 만들어 내었다. 생김새나 금속의 마감, 조작성, 해상력 등 모든 것에 있어서 red summaron 이 Hektor 를 압도한다. 오... 그렇다면 이 Hektor 를, 시대를 건너뛴 우리가 정녕 사용해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일까? 우리에겐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는 좋은 속담이 있다.
"형만한 아우없다."
'그'에게는 '그'여야만하는, '그'만의 이유가 있는 것이니까...
Hektor 는 개성이 분명한 렌즈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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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ple >
monochrome with HP5+ / xtol 1:1 / LS5000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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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with Kodak GC400 / C41 / LS5000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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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초광각렌즈의 시작을 알린 Hektor,
아직까지 이 렌즈를 넘기신 어르신의 그 암호같은 말귀를 알 방법은 없다...
'수수께끼'같은 렌즈...
Leica Ic with 2.8cm Hektor 1:6.3
Leica Hektor 2.8cm 1:6.3 (1935-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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