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으로의 회귀, 그리고 M
설레임이라는 것은 그것이 너무도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평범한 것이 기다림이란 시간의 옷을 입고,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도 특별한 설레임이 되는 것이다.
무릇, 시간의 옷이란 효율과는 동떨어진 의미인 동시에,
끊임없이 다른 존재감을 불러 일으키는 묘약인 셈이다.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지 어느덧 13년의 세월이 지났고,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내쳤던 필름을 다시 집어 든 이유는
내 눈으로 담아낼 것들에 대한 설레임을 바라기 때문이다.
Lieca M3 와 Kodak TriX 400 필름...
이 2가지 준비물을 가지고, 시간 여행을 떠나보려한다.
설레임의 시간 여행.
라이카 M이 갖는 사진사학적 의미는 많으나,
대개는 사진을 손에 대 본 이들이 로망으로 삼는 하나의 물건으로 축약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내게도 그런 경향성의 일부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누군가는 10대에 쥐어보았을, 누군가는 20대에 쥐어보았을, 누군가는 40대에 쥐어보았을 것을
나는 서른 중반쯤에 만져보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M을 택한 이유는,
내가 M3를 택한 이유는,
그것이 상당히 간단한 구조의 카메라라는 것,
그것이 단 하나의 전자장비도 요하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단순한 것은 단순하기 때문에 의심할 필요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믿음을 주기 쉽다.
1953년, M3가 등장했을 당시에는 기존의 카메라들보다 작고, 쉽고, 튼튼한 아주 획기적인 카메라였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출시되고 있는 전자카메라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조금 의미를 두어 본다면,
M3가 추구했던 작고 쉬운 카메라의 철학이 아직까지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바로 M3에서 이어진 철학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SLR이라는 형태로 먼 여정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카메라,
이제 와서 50살을 부쩍 넘긴 M3를 사용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불편하고 느리기 때문이다.
때론 느리고 불편한 것이 사람을 취하게 할 때가 있다.
라이카의 렌즈는 여라가지 종류가 있으며,
세대별 특징이 비교적 뚜렷한 경향이 있다.
내가 선택한 렌즈는
50mm/f2 summicron 3세대 (독일산)
35mm/f2 summicron 4세대 (독일산)
독일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독일산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구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미신에 가까운 유저들의 설이 있기는 하지만, 독일산이나 캐나다산이나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 2개의 렌즈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각각의 초점거리를 갖는 라이카 렌즈 중에서 가장 작다는 것이다.
나는 작은 카메라가 좋다. 이것은 언제고 변하지 않을 나의 기호이다.
50mm 3세대 summicron 의 경우는 비교적 개성이 없는 무난한 렌즈로 알려져 있다.
내가 이 렌즈를 택한 것은 비구면 렌즈가 들어간 현행 렌즈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해상력을 지니지만, 올드렌즈들보다는 물리,광학적 성능이 좋은 렌즈이기 때문이다. 즉, 라이카의 과도기적인 렌즈쯤으로 보면 될 듯 하다.
35mm 4세대 summicron 은 보케의 왕이라고 불리는 개성이 뚜렷한 렌즈이다. 이를 테면 보케가 상당히 흐드러져 있거나 회오리 모양을 보인다거나 하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그런 모양의 보케가 발생한다는 것은 결국 렌즈의 수차가 확연히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라이카 렌즈의 광학성능이 절대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라이카 렌즈를 고를 때 단순히 광학적 성능을 최우선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저 간단히 이야기하면,
라이카 느낌을 맛보려고 하는 최선의 노력이라고나 할까?
여튼,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담느냐' 가 아닌 '무엇을 담아내는가' 이다.
<samples with M3/50F2>
2013년 6월, 극동빌딩
2013년 6월, 샘터
2013년 6월, 창밖 소경
2013년 6월, 빛의 계단
2013년 6월, 벽돌은 붉었다네
2013년 6월,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2013년 6월, 책 고르기
<samples with M3/35F2>
2013년 6월, 엄마의 바느질
2013년 6월, 선풍기 바람
Kodak 400TX
Tmax Dev.1:9/ 24C/ 9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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