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 케이블 카, 2011
흉흉한 소식이 계속 들어온다.
언제나 행운의 신이 감싸주고 있을 것만 같았던 '박영석' 대장이 고인이 되었다.
고인이 되었다는 표현보다는 전설이 되었다는 표현이 더 좋겠다.
최근 김형일 대장과 장지명 대원 또한 히말라야에서 고인이 되었다.
그들은 모두 최소한의 짐으로 등반하는 알파인 스타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그들의 명운을 결정했던 것은 그들의 능력이 아닌 '날씨' 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非선구자들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가기 마련이다.
선구자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밟아보면 마치 내가 길을 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구자와 非선구자는 설명이 필요없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나역시 구글신의 뒤를 쫓는 非선구자일 뿐이다.
다만, 그것에서 행복을 만끽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니겠는가.
선구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내려와야 할 산을 대체 무엇때문에 힘/들/게/ 오르냐?"
또한 산에 오르고 싶어도 무릎관절이 허락치 않는, 건강이 허락치 않는 이들도 있다.
이 모두를 위해 케이블 카 시스템이 탄생한 것이다.
국내에는 설악산, 내장산, 두륜산, 금정산, 미륵산, 팔공산 등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즉, 이들 산에 가면 힘들이지 않고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높은 곳의 fine view 는 갈망하기 마련이므로, 이것은 great deal 임에 틀림없다.
강호동의 1박 2일에 소개되어 더 유명세를 탄 전라남도 해남군의 두륜산에 다녀와 보았다.
물론 나역시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랐다.
(두륜산의 케이블카는 약 1.6km 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엄청 밟았더니, 내가 있는 나주에서 약 40분만에 도착을 했다.
주차장은 그리 넓지 않았다.
왕복 8,000 원, 영화한편 본다고 생각하고 눈을 한 번 질끈 감는다.
탐승시간은 10분마다(성수기), 첫 차는 08:00, 막차는 일몰(17:00)시간으로 운행한다.
단풍철 주말이면 대기시간이 약 한시간은 된다고 한다.
소박한 대합실의 풍경
시간이 되어 맨 앞에 줄을 섰던 나는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할 줄 알았다.
그러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초등학교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나와 명당자리를 모두 잠식해 버렸다.
나이 서른되어서 따라 뛸 수 없는 노릇이라 그냥 말았다...
성수기에는 이 안에 약 50명정도까지 구겨넣어질 수 있다고 한다.
올라가는 풍경은 매우 경쾌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모두 가는 방향기준으로 앞쪽에 위치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전망대 정류소에 도착,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두륜산 전망대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한라산도 보인다고 한다.
이제, 저 전망대를 알파인 스타일로 정복하고자 한다!
그런데, 날씨가 안좋네...
이렇게 생긴 럭셔리한 나무계단을 약 5-10분 정도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다.
노약자에게도 무리가 없을 듯한 길이었다.
'스폰지' 에 출연했던 한반도 지형의 논이다.
(두륜산에 올라가면 한반도 모양의 논을 볼 수 있다?)
날씨가 흐려 예쁘게 담아오진 못했지만, 궁금한 분들은 직접 보고 오세요^^
아...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한 가을빛들...
사람은 누구나 꼼수를 한번씩 꿈꾸기 마련이다.
혹시나, 편도로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하고 두리번거렸더니 쇠창살과 함께 위와 같은 안내문이 있었다.
왠지 무시하고 지나가면 곰의 습격을 받을 것만 같았다.
저런 바위 위에는 올라가기 힘들 듯 하다.
더구나 케이블카에 길들여진 나같은 사람은 더더욱!
날씨가 무척 흐린 편이었는데, 일교차 차이가 큰 날이라 안개가 몰려와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운해가 몰려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전망대 옆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운해를 만났다.
흐린날이라서 아쉬었는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날씨가 옷이라면, 어찌 '맑음' 이란 이름을 가진 것만 옷이라 할 수 있겠는가?
가을의 고도에서 온몸으로 감기는 안개와 조우하다.
그저, 몽롱했다.
그런데 나에겐 선물이었던 이 운해들은 점점 기운이 세지더니...
급기야 어떤 소녀에게는
두륜산의 전망이 이런식으로 각인되기에 이른다.
이게 벽이야? 산이야?
시간을 잘못 맞추어 케이블카에 오른 사람들은 말없이 내려왔다....
신기한 것은 위에 있다보니, 촬영 부탁을 많이 받았는데,
저런 벽 배경으로도 사진을 계속 찍으시더라...
안타까웠다는...
바람한번 잘 쐬었다.
그럼, 5지선다형 나갑니다.
필자, 다음중 하나를 고르시오.
1. 이곳은 아무리 멀다해도 한번쯤은 시간을 내어 올만한 곳입니다.
2, 이곳은 반경 약 150km 거리에서도 한번쯤은 시간을 내어 올만한 곳입니다.
3. 이곳은 반경 약 50km 거리에서도 한번쯤은 시간을 내어 올만한 곳입니다.
4. 이곳은 반경 약 10km 거리에서도 한번쯤은 시간을 내어 올만한 곳입니다.
5. 이곳은 우연히 지나칠 때 들릴만한 곳입니다.
1번 되겠습니다
저 역시 이곳을 자주 찾을 것 같군요...
보너스로 이날 촬영한 케이블카 및 운해 동영상 나갑니다^^
Panasonic GH1 / 14-140mm, 2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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