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관, 호환관?
진공관들의 뿌리(조상)은 몇가지로 축약될 수 있으나, 각각의 전기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소켓에 꽂힌다고 아무관이나 막 꽂으면 안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고,
진공관을 판매하는 분들중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판매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동등관, 호환관이라는 표현이 있을 때는 제대로 알아보고 구입을 해야 한다.
다음은 내가 삽질을 하면서 알게된, 많이들 착각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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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V6 과 6F6
6F6은 6V6 의 형뻘 되는 관으로 과거에는 6F6이 고급관의 반열에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산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구하기 용이했던 6V6 이 범용화됨에 따라, 6F6은 점점 시대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그 이야기는 6F6 이 대체하기 어려운 음색과 특색을 지니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례 추측할 수 있겠다.
(Western Electric 의 349A 는 6F6 과 동등관이다.)
6V6 의 동등관인 5992 는 고신뢰관으로 냉전시대 ICBM 에 탑재될 정도로 뛰어난 내구성과 안정성을 지닌다. 그런데 이 정도의 고신뢰관이라는 이야기는 그만큼 에이징이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5992 소리가 그렇게 좋다는 풍문에 이끌려 정말 비싼 돈을 주고 quad 로 구성을 해보았으나... 나는 GEC 6V6G 소리가 더 좋더란...
지금 내가 사용중인 삼극관 amp 는 인터스테이지 방식의 300B SE amp 인데, 여기에 드라이빙 관으로 6F6 이 사용된다. 비교적 저렴한 6F6을 사용하느냐, 아니면 값비싼 Western Electric 의 349A 를 사용하느냐가 선택의 기로였는데... 잘 튜닝된 알텍 A7 스피커로 들어보니 중역대, 저역대가 너무 확연하게 차이가 나더라. 그래서 349A 를 구입해 꽂고, 집에 있는 풀레인지 WE 755A 스피커로 들어보았더니... 왠걸, A7 으로 비교했을 때만큼의 차이가 없었다. 알텍 A7스피커는 말그대로 계측기같은 스피커라 변화를 무척 민감하게 반영한다. 그래서 요물인듯...
WE 755A 도 음압이 높고 예민한 스피커이긴 하지만, 풀레인지 특성상 저역대가 약할 수 밖에 없기에 차이가 적게 느껴졌던 것이다. 고로, 관질 역시 자신이 가진 오디오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불필요한 삽질을 막을 수 있다는...
아무튼 이 당시에도 나는 엠프를 제작해주신 김계중 사장님께 6F6 자리에 6V6이나 고신뢰의 상징 벤딕스 5992 꽂으면 안되냐고 여러번 질문을 드리며 귀찮게 해 드렸었는데... 이제는 왜 안되는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6F6 을 구동하는데 더 많은 전압을 필요로 한다. 고로 6F6 용으로 설계된 회로의 소켓에 6V6을 꽂으면 진공관에 과부하가 생겨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진공관이 빨리 망가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 6V6 용으로 설계된 회로의 소켓에 6F6 을 꽂으면 관을 제대로 구동하기 위한 전압에 못미치는 전압이 인기되므로 힘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위 두 경우 모두 좋지 않은 사용법이므로 회로에 맞는 관을 꽂아서 쓰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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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BQ5(EL84), 7189
7189, 6BQ5 는 다른 진공관이다. 각 형번에 맞는 것을 회로 설계에 맞도록 선택해서 사용해야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7189 관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같은 계열이라 하는 6BQ5 를 동등관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7189 을 구동하는데 더 많은 플레이트 전압을 필요로 한다. 고로 7189 용으로 설계된 회로의 소켓에 6BQ5 을 꽂으면 진공관에 오차범위 이상의 과부하가 생겨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진공관이 빨리 망가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 6BQ5 용으로 설계된 회로의 소켓에 7189 관을 꽂으면 관을 제대로 구동하기 위한 전압에 못미치는 전압이 인기되므로 힘이 떨어진다.
이후에 높은 출력을 목적으로 개량된 7591 도 다른 관이라고 봐야한다.
빈티지 엠프들은 결국 현재 기준으로 구하기가 용이한 진공관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기기들만이 실용적인 영역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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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DJ8(ECC88), 6922(E88CC), 7308(E188CC)
6922(E88CC), 7308(E188CC) 는 6DJ8(ECC88)과는 다른 제원을 갖는 상위규격관이다.
이것을 동등관 또는 호환관으로 혼용하는 경우가 꽤 있고,
220-250 의 플레이트 전압으로 설계된 6922(E88CC), 7308(E188CC) 자리에,
그보다다 작은 전압으로 구동해야 하는 6DJ8(ECC88) 를 꽂는다면
가혹하게 학대받은 6DJ8(ECC88) 이 사망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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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동등관 또는 호환관으로 잘못 구전되고 있는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12AX7 자리에 12AU7, 12AT7 을 바꿔 꽂아가며 소리차이가 있다며 재미있어 하는 사례들도 있다.
그러나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해당기기의 설계에 맞는 부품을 꽂아 적정전압하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근래 시판중인 파워엠프 중에는 출력관 6L6, EL34, KT88(6550) 을 혼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들도 있다.
뭔가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은 시도이지만, 이것은 그 어느쪽에도 최적화되지 않은 설계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마치 지하철 두개의 역 사이에 어중간하게 위치한 아파트가 더블역세권을 표방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궁금해서 주문은 해봤다... 험험)
물론 진공관의 종류는 꽤 많지만, 직접 사용하게 되는 관들은 한정적이니,
내가 사용하는 관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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