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2023
실제로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시간여행이란,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조명에 비친 무대위의 순간을 마주하는 것이다.
여기서 단 하나의 원칙은, 관객이 결코 무대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80년대는 어떠했는가...
고작해야 80년대의 태동기에 태어난 내가 80년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니까...
대학에 입학하면 교양필수과목으로 '한국근현대사' 를 공부한다.
한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기도 한 역사들이다.
역사는 승자가 쓴다고 하지만, 패자의 기록인 것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길들여진 사고를 하고, 길들여진 행동을 한다. 그러므로 질서가 자리잡힌다.
종종 그것을 벗어나는 사고를 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난 사람' 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이들이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비열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면...
그는 자신의 용맹함을 잘 알고 있었다. 비겁한 무리들의 특성도 잘 알고 있었다.
우직한 자의 심성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무엇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었다.
전략, 전술에 능했으니, 시작부터 형세가 기울어진 싸움이었다.
순수하게 또는 지독하게 이기적인 존재는 강력하다.
그는 결국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 내었고, 많은 끔찍한 희생들이 뒤따랐다.
살아가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삶에 '사필귀정(事必歸正)' 이 과연 이루어 지는가...
신은 왜 그토록 비열하고 잔인한 무리의 손아귀에 권력을 쥐어 주었을까...
심판은 인간의 몫이 아니라고 했지만,
인간이 마주하는 인간 세상에서는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
저들의 영광이 참 길기도 하다.
명배우들의 명연과 김성수 감독의 연출 덕에 러닝타임 141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해 겨울, 그 하룻밤에 나도 같이 있었던 것 같다. 유리벽을 앞에 두고...
내가 그 시간에 그 공간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저녁 식사가 가슴팍에 얹혀 체한 기분이 들었다.
결말을 아는 것이 속상하다...
"넌 대한민국 군인으로도, 인간으로도 아니야."
라는 정우성의 대사로도 도무지 후련하지 않다...
...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일어날 일들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래, 모두 이유가 있겠지...
진실하고, 정직하고, 의롭고, 평판이 좋은 것을 따라가면
결국 선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만, 각각의 단계를 지나갈 때, 분명한 약속이 없고,
고통, 어려움, 낙심, 비웃음 등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바른 상태로 남아있다면 일이 잘못되고 있을 때에도
결과와 열매는 선할 것이다.
그런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걸어가야겠지...
그래, 서울의 봄은 아직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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