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 Sea, 2020
파란 하늘에 흠뻑 취해 어디든 달아나고 싶은 아침이었다.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시동을 걸고 집 밖으로 나왔다.
목적지는 바다고플 때 향하던 경포대, 운전석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대관령에 이르러 하늘이 변하기 시작한다.
도톰한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살다보면, 미련한 기대감에 너무도 많이 와버린 경우가 어디 한 둘이었던가...
원주나 다녀올 것을 그랬나...
잡스런 사색과 함께 경포대에 도착했다.
체온을 재고, 이름 석 자, 휴대폰 번호를 남기고,빨간 띠를 두른다.
다행히 하늘은 푸르다. 바람은 강했고, 파도는 키가 크다.
몇분여를 산책하다가 솔숲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간짜장 두그릇과 탕슉 부먹, 그리고 짠 바람,
핫하다는 테라로사에 들려 입가심을 하고 상행길에 올랐다.
화창한 하늘로 설레이는 시작이었으나,
바닷바람 잠깐 쐬며 짜장면을 먹기 위해 8시간여를 운전한 하루가 되어 버렸다.
분명 즐겁긴 했는데, 물리적인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요된다.
둘째가 즐기는 동물의 숲 '핸섬' 에서 피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머지않아 인간이 공간 개념을 너무도 쉽게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시간의 운전으로 실제 바다를 즐기기,
가상현실로 유사한 바다를 즐기기,
우린 과연 무엇을 택하게 될까?
아직도 쉽지 않은 대답, 그래서 나는 아직도 필름 카메라를 주무르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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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7 with CRX biogon 21mm 1:4.5 / RDPIII / 팔레트사진관(E6,SCAN) / 강릉,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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