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Enjoy the Vintage Audio II : Reincarnation of MC60
Vintage 라 함은 여러가지 뜻을 지니는데,
Best 와 동급의 의미로 쓰이기고 하고,
특정 상품의 전성기, 최고의 상태를 뜻하기도 하며,
단순히 골동품등의 오래된 물건들을 뜻하기도 하며, 시대에 뒤졌다는 뜻을 지니기도 한다.
이 복잡미묘한 의미들 속에, 빈티지를 접하는 태도에 대한 답이 이미 담겨 있다.
빈티지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태가 안좋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오리지널리티에 강박적인 집착을 하는데,
전해 콘덴서나 커플링 콘덴서들이 반백년 이상의 시간을 버틸 수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부품들은 상당히 변형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오디오에 대해서 미신적인 부분들이 많은 이유는 오디오를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만으로 모두 설명이 되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지만, 많은 부분은 과학을 이용하여 풀이할 수 있다.
이 MC60 은 작년 여름에 SWH형님의 심폐소생술을 받고 살아났지만,
칠순을 앞둔 커플링 콘덴서들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여…
대대적인 안티에이징 수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SWH형님께서 당신이 쓰시려고 오랫동안 쟁여둔 고품질의 부품들이 대거 투입되었는데…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동유럽, 한국산 부품들의 연합 작전이었다. (중국산은 없다, 험험…)
납 역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inter-connection), 저렇게 홀쭉해진 납타래를 보시며 매우 안타까워 하신다.
이젠 구할 수 없는 납… 현행 납들이랑 성분비가 좀 다르다고 한다.
후배가 눈치없이 좋은 납으로 붙여달라고 졸라서 가져오신… 아낌없이 쏟아부워 주셨다.
이렇게 부품을 교체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나 어쨌다나...
나는 치과의사이다. 자세히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이다.
누구보다도 발치 및 임플란트 수술을 잘 할 수 있는 전문가이지만,
자연치아를 최대한 살려서 쓰자는 철학을 갖고 있고, 치과에도 '자연 치아 오래 쓰기' 라는 모토를 달아 놓았다.
그러나, '자연 치아 오래 쓰기' 란 치아가 살려서 쓸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미 요단강을 건너간 치아는 아무리 용을 써도 살려낼 수 없다는 뜻이다.
부품도 마찬가지이다. 설계된 수치와 전혀 다른 값을 보이고 있는 훼손 부품이 과연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일까...
여튼 소리는 나니까... 괜찮다고 한다면 더는 할 말이 없다. 자기 좋은대로 하면 그만이니까...
다만 그것이 진리인양 떠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왜곡된 소리들이 빈티지 소리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올씨다~' 라고 말하고 싶다.
부하가 많이 걸리는 탄소저항은 다행히 pair 가 잘 맞아 있었지만, 안정성을 위해 현대의 저항으로 교체를 해 주었다. 실제로 노후된 탄소저항은 전기가 통해 열을 받으면서 수치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드시 노후된 탄소저항을 유지해야지 본연의 소리가 나온다고 우긴다면 ㄷㄷㄷ
셀렌 정류가, 반도체 다이오드 정류보다 소리가 좋다고 우긴다면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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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출된 칠순의 부품들… (상단의 삼영 콘덴서는 1차 심폐소생술시 달았던 현행 불알;;;) 애초에 이런 부품들은 몇십년동안 사용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소리는 내주긴 하지만 멀쩡한 소리가 아닌 것이고… 변질된 소리가 좋다고 한다면 그것 역시 즐기면 그만일 것이다.
썩은 오리지날 부품에 집착하는 것은 별도의 부연설명 없이 팔아먹기 좋기 위함 외에는 특별한 명분이 없어보인다.
주요부품 교체 전… (이것을 보고 입이 쩍 벌어지고, 침이 흐른다면 상태 안 좋은… ㄷㄷㄷ)
MC30 이나 MC60 은 거의 비슷한 설계를 지니고 있지만 생산시기에 따라 몇가지 다른 아형(sub-type)으로 나뉘어진다.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수리하기에 더 골치가 아픈 앰프라고 한다...
이 개체는 후기형이라 스프라그의 블랙뷰티가 대부분 위치하고 있고,
초기형일수록 전설의 범블비가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범블비 콘덴서는 오디오파일들 중에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유의 음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그 말은 실제로 맞다.
그러나 문제는 이 범블비가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NOS(new, old stock)를 비싸게 구입하더라도 실제로 leakage 가 심하여 제대로 쓸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하여 수리샵에서 거금을 들여 교체를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증상이;;;
범블비에 대한 미련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
내 범블비는 멀쩡하다고??!!
뭐, 그럴 수도 있겠다... 다음 문장은 생략하기로 한다.
적출한 콘덴서가 뭔가 이상해서 잘 살펴보니... 누군가 수리를 해놓고는 기존 콘덴서의 껍데기만 덮어놓았다는...
이것을 성의가 있다는 것으로 봐야할까... 기만으로 봐야할까...
그냥 떳떳하게 노출시켜도 되는데...
손대지 않은 순정 부품을 위한 헛된 집착들이 이상한 양태를 생산하는 것 같다.
부풀고 갈라진 스프라그 블랙뷰티...
누군가 갈라짐을 억제하기 위해? 안 보이게 하기 위해? 뭔 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콘덴서들의 단위는 마이크로 패럿인데, 일반적으로 10%정도의 오차범위를 정상품으로 인정한다. 콘덴서의 정격용량을 측정하려면 회로에서 떼어 내어 전용 측정기로 측정을 해야만 한다. 이 귀찮은 것을 누가 할까... 과연...
첫번째 사진의 콘덴서는 0.047마이크로패럿이라고 씌여 있지만 0.067마이크로패럿으로 측정된다.
두번째 사진의 콘덴서는 100마이크로 패럿이어야 하지만 128.8 ;;;
세번째 사진은 10마이크로 패럿이 나와야 하는데, 0.003 ;;; 이것은 내부에서 쇼트가 되었다는 뜻이다.
빈티지 매킨토시 앰프 중에 이런 스티커가 붙은 개체들이 있다.
이것은 공식 수리점에서 수리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증명서이다.
즉, 말썽부린 것들은 수리하여 수명이 연장된 개체라는 뜻이다.
내가 구매한 앰프 역시 이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으니...
이 스티커가 없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결국은 현시점에서 멀쩡하게 동작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주요부품 교체후…
알록달록하니 나름 이쁘고 마음이 놓인다…
좌측의 레몬색 부품은 특주한 한국산(부품 중 유일하게) 부품인데, 한국 진공관 동호회 블라인드 비교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부품이라고 한다. (생긴 건 그저 마이쮸에 철사 꽂은 것 같은데 ㄷㄷㄷ)
없어보이는 생김새 때문에 하우징을 다시 만들자라는 논의가 있었으나 단가 상승 때문에 그냥 쓰기로 했단다.
하기사 엠프를 조립하면 보이지도 않고, 저렇게 거꾸로 세워놓고 유리를 씌워 놓아 전시할 것도 아니니 생김새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물론 영혼있는 생김새가 정말 중요하긴 하다.)
한 블록을 마치고 다음 블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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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MC60 과 짝을 이룰 프리앰프로는 동시대에 출시되었던 C4 가 되겠다.
ebay 를 통해 들여온 Mcintosh pre amplifier C4 mono block 2개...
상태는 거의 폐품급이었고, 에칭마감으로 무광이었던 황동명판 역시 녹이 잔뜩 슬어서 선택의 대안이 없었다...
사포질로 빤딱빤딱하게 만든 후, 보이스우드에서 주문한 케이스를 씌워 주었다.
아무래도 에칭 무광이 이쁜데 ㅜㅜ
내부의 문제있는 범블비 콘덴서(Bumble Bee capacitor)등은 SWH 형님께서 모조리 교체 수리해 주셨고,
뻑뻑했던 다이얼들은 카메라들을 손질하던 나의 재간을 동원하여 부드럽게 만들어내었다.
짧은 문장으로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손이 많이 가는 고단한 작업이셨다고 ㅜㅜ
C4 나 C8 은 내부에 전원부가 없기 때문에, 동시대에 발매되었던 자사의 파워앰프 (MC30,MC60 등)에 전용 octal cable 로 연결하여 전원을 공급받거나 별도의 전원부가 있어야 동작을 시킬 수 있다.
이번 기회에 SWH 형님께서 전원부도 만들어 주셨다.
사실, 내가 C4 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무려 2년동안 C4 를 찾아헤매이셨던 우면산 형님의 숭고한 삽질 덕이다.
아래 링크한 글 속에 우면산 형님의 숭고한 삽질 이야기가 잘 담겨져 있다.
후배는 잘 차려진 밥상위에 숟가락을 잘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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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60 수술 완료 후 몇달을 기다려 시동한 프리앰프 C4와 함께 초성을 울리다.
폐품이었던 C4 역시 SWH 형님께서 완벽하게 오버홀 해 주셨고, 전원부까지 만들어 주셨다 ㅠㅠ
어후 소리 쥑이네!!!
(물론 나의 현상태도 별로 좋진 않지만,) 나는 원호형님께서 잘 돌봐주신 덕에 이상한 길(사이비, 이단, 등등)로 빠지지 않게 된 것 같다…
빈티지 오디오계에는 정말 상태 안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중요한 것 한가지,
그 소리를 기억해 내는 사람과, 최근 그 소리를 들었던 사람과, 그 소리를 지금 듣고 있는 사람중에 누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정답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오디오는 철저히 소비를 위한 취미이다.
사진 취미는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상을 맺히게 하고, 각각의 다른 사진을 생산하지만,
오디오는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 낸 음악을 재생하여 들려준다.
오디오를 오랜시간 듣고 있노라면, 처음엔 소리를 듣게 되지만, 결국은 내 머릿속에 특정한 음악으로 아로새겨진다.
소리를 기억하는 것인지, 음악을 기억해내는 것인지 도무지 알 재간이 없다.
오디오에서 가장 큰 쾌감은 바꿈질에 의한 '다름'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감각이 아직 잘 살아있다는 뿌듯함이랄까...
자기고집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될수도 있고, 즐기기 위한 좋은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굳이 그것을 합리적인 척하며 다른 이에게 강요한다면, 그것만큼 추하고 쓰잘대기 없는 일이 또 있을까...
앞서 말했듯, 많은 부분은 과학으로 대부분 풀이된다.
그것을 잘 몰라서 미신이 되는 것이고...
어후 ㄷㄷㄷ 어찌 생각해보면 엄두가 안나는 고행길이긴 하지만, 이만큼 재미난 일도 또 없는 것 같다.
나를 불지옥으로 떠밀어 주시고, 격려와 보살핌을 아끼지 않으신 형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누군가 같이 불지옥 갈 분 또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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