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Ektachrome (E100)
필름이 가고자 했던 길을 디지털이 대신해주고...
필름을 실용 업무에 적용하는 분야는 작금에 이르러 극히 드물다.
필름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사진이 가고자 했던 길은,
더 선명하고, 깨끗하고, 사실적인 이미지의 재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빛을 촬상소자로 잡아서 다시 인공의 빛으로 뿌리는 디지털 세상이 도래했다.
필름은 그 효율성 측면에서 디지털에게 뒤질 수 밖에 없었고,
더 선명하고, 깨끗하고, 사실적인, 그리고 너무도 쉬운 디지털의 독주가 시작되었다.
필름은 화학의 영역이었고, 디지털은 전기의 영역이었다.
산업이 그렇게 변해가듯, 사진에서도 shift 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필름은 더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취미로서의 필름
필름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취미영역에서의 부활이다.
쉽지 않아서 재미있고,
빠르지 않아서 재미있다.
지저분해서 재미있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재미있다.
넘치지 않아 귀한 것 같다.
행위예술
지금, 사진에 있어서 '필름'이란 과정이고 행위이다.
어찌보면 필름 프로세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행위예술을 구현해 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돈이 되지 않으면 금새 사라지고 마는 현실에서
새로운 positive 필름의 출현은 마냥 반갑다.
그 녀석이, 철수든 수철이든, 망망대해의 무인도에서 사람을 만난 것 마냥 그저 반가운 것이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고, 그것이 바로 개성이다.
지금에 와서 필름을 디지털에 비교할 필요는 없다.
필름은 좋아서 쓰는거지, 나아서 쓰는 게 아니다.
즉, 필름사진은 하나의 행위예술이다.
그리고, 올해 말 E100 이라는 하나의 재미난 재료가 더 생겼다.
대체 색이 뭐라고,
매사 익숙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듯,
색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는 색과, 내가 원하는 색과, 내 기억속의 색이 다 다르다.
어찌 보면 색이란 그 자체로서 지저분한 노이즈의 일종인지도 모르겠다.
포지티브 필름들은 저마다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어쩌면 엉뚱하다고 할 수 있는 스펙트럼으로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E100VS 나 Velvia 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에 비해 vivid 함을 가미하지 않은 E100 은 어쩌면 날 것 그 자체의 원고일지도 모르겠다.
하이브리드 유저
필름으로 촬영해서 화학약품으로 현상을 하고, 스캔을 해서 디지털 신호를 만들고 모니터를 통해 빛을 뿌린다.
이 모든 변환과정에서 왜곡과 변형이 생긴다.
무보정, 원본 그대로 라는 것은 말도 안되고, 존재하지 않는다.
라이트 박스 위에 포지티브 필름을 올려놓고 "이야!" 하며 같이 탄성을 내지르는 순간만이 원본을 본 것일게다.
누구든 보정을 한다. 보정을 안하는게 이상한 것이지, 결코 자랑은 아닐 것이다.
고로, 원본은 보정을 할 여지가 있는 것이면 당연히 더 좋은 것이다.
E100 의 특징
이태영(겨울심장) 님, 박상인(goliathus) 님, 전홍근(Ichitaka) 님, 세분이 E100 출시 다음날 함께 출사 후, 현상 스캔까지 해보고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neutral 하다.
2. 노란끼가 돈다.
3. 샤프하다.
4. 관용도가 높다.
1,2,3 의 의견에는 동의하겠으나, 4의 의견에는 조금 의문이 든다. 노출편차가 적은 환경에서 정확한 노출에 스캔을 잘 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100 이라고 기존 포지티브 필름들의 화이트 홀 같은 것이 안생길 리는 만무하니까...
이걸 뭐에 쓸건데?
라는 질문에 대답을 마치지 못하는 한 취미 영역에서는 한 발자욱도 더 나서지 못할 것이다.
나역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잖아?
지금의 포지티브는 그런 것 아니던가?
이런 글은 왜 썼냐고...
하기사 고작 한롤 써보고 이러니 저러니 평을 내리기도 참 우습다.
그냥 그렇다고...
네가티브는 색을 내 맘대로 만들어내기 위한 선택이고,
포지티브는 색을 현상과정에 맡기기 위한 선택이다.
그냥 색이 촥 하고 눈에 들어오면 좋잖아??
<작례>
.
.
.
Ic / w-nikkor-c 2.5cm 1:4 LTM / E100 / 속초, 2018
'感'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의 이유, 2019 (0) | 2019.09.17 |
---|---|
신품? 미개봉? (0) | 2019.02.24 |
취미란, (0) | 2018.04.25 |
사진, 흥미있게 다가가기 : sofort (0) | 2017.03.25 |
28mm : 나와 당신의 거리 (0) | 2017.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