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오키나와 출사단, 2015 : prologue
올림푸스 라는 회사가 있다.
처음 듣는 이들은 당연히 그리스 신화 속의 올림푸스 산을 상상하겠지만,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산 타카아마하라 를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일본산 '올림푸스' 라 할 수 있겠다. (Olympus 의 localization ?)
1919년에 시작되었고, 올림푸스라는 이름은 1921년 붙였다고 하니
곧 100살을 앞둔 장수기업이다.
학창시절에 내가 처음 접했던 올림푸스는
카메라는 아니었고,
낡은 현미경이었다.
라이카, 칼짜이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올림푸스 현미경
올림푸스에서 카메라는 취미로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료기기, 정밀기기, 내시경 분야에서는 시장 잠식율이 엄청난 회사이다.
그런 뒷받침이 있기에,
원가절감 등 시장의 원리를 떠나서
엔지니어들의 철학이 잘 존중되고, 그것이 제품의 결과물에서 확인이 되는
덕심 가득한(완성도 높은) 카메라를 만들어내는 회사이다.
< Olympus E-3 / Zuiko digital 14-54 1:2.8-3.5 / 2009년, 둘쩨가 나오기 몇달전... >
아내는 아직까지도 올림푸스 현미경과 인연을 함께 하고 있다.
아내의 일터에 놀러갈 때마다 항상 보게 되는,
책상위의 올림푸스라 내겐 무척 친숙한 브랜드이다.
카메라 올림푸스와의 첫 만남은 E-1 이었다.,
그러고 보니 E-1 이 언제 출시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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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가 출시되고
나는 한가지 신선한 문구에 주목했었다.
시계의 본질에 주목한,
정말 정확한 시계라는 점,
그것은 달리 말해,
모든 시계가 정확한 시계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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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도 마찬가지이다.
카메라의 본질은 무엇일까?
내가 본 것을, 내가 셔터를 누른 순간을 담아주는 역할, 그것이 카메라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당연함이 모든 카메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것은 결과물의 정성적인 분석이전에
'있다' 와 '없다' 로 구분되는 중요한 가치이다.
오지 탐험가도 아니고,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왈가 왈부할 자격은 없겠지만,
E-1 부터 시작되었던 올림푸스의 방진방적 시스템(바디, 렌즈 모두!)은
지구상의 어떠한 기후변화에도
안심하고 셔터를 누를 수 있게 해주는 고맙고 편안한 시스템이다.
< Olympus E-1 / Zuiko digital 14-54 1:2.8-3.5 / Jaipur, 2005 >
< Olympus E-1 / Zuiko digital 14-54 1:2.8-3.5 / Pokhara, 2005 >
< Olympus E-1 / Zuiko digital 14-54 1:2.8-3.5 / Yakushima,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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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여행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작은 크기...
작아야 한다.
'좋게' 그리고 '크게' 는 그 누구라도 도달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작고 충분히 좋은 기기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그런데, 거기서 조금만 덩치를 키우면, 더 성능이 좋은 기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게 스펙전쟁은 계속 된다.
이것 저것 욕심을 부리면 결국 덩치는 커진다.
<D4와 E-M1 은 물론 성격이 전혀 다른 카메라이다. 그저 커다란 카메라와 작은 카메라의 크기차이만 비교하고 싶었을 뿐이다.>
선택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손아귀에 쥐고, 줍고, 들고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내려놓는 것, 버리는 것이 선택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그런 후에 남아 있는 것이 진짜 선택이다.
버릴 수 있어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찾을 수 있다.
가벼운 것은 원하는가?
그렇다면 다른 가치들은 내려놓아도 좋다.
어차피 이 세상에 완벽한 카메라라는 것은 원래 없으니까...
< Olympus E-1 / Zuiko digital 14-54 1:2.8-3.5 / Agra, 2005 >
< Olympus E-1 / Zuiko digital 14-54 1:2.8-3.5 / Pokhara, 2005 >
< Olympus E-1 / Zuiko digital 14-54 1:2.8-3.5 / Yakushima,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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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작성했던 글을 링크 해 본다, < 가벼운 카메라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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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선 무엇보다도,
가벼운 카메라는,
가족과의 시간에 더욱 집중하게 해 준다.
< Olympus E-M1 / M. Zuiko digital 12-40 1:2.8 / Plantation bay resort, 2014 >
< Olympus E-M1 / Nocticron 1:1.2 / 가평, 2014 >
이번 여행중에 올림푸스에서 15년 이상 근무하셨던 관계자분과
짧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이전부터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Q:왜 1,600만 화소인가요?
A:엔지니어들은 그 이상의 화소수가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왜 4K동영상을 지원하지 않나요?
A:엔지니어들은 현시점에서 4K 가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K display 가 대중화되고, 그것의 핸들링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4K 기능을 탑재할 것 같습니다. 실용적이지 못한 부분에 치중하기 보다는 더 본질적인 것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Q:E-system 이 시장 잠식을 실패한 이유는 press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press 시장으로의 재진출을 시도하고 있나요?
A:원인은 연사기능의 부재였습니다. 초기의 E-1은 연사기능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때문에, press 에서도 사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은 그 때 시장을 놓친 것이지요. 지금의 E-M1 은 press 에서 사용할 만큼 충분한 연사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엔지니어들의 생각은 뚜렷했고,
그 생각들을 존중하는 올림푸스는 참 좋은 회사인 것 같다.
카메라를 좋아하고,
두 개 이상의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는 누구라도
여행을 앞두고는 결정장애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올/림/푸/스 오/키/나/와 출사단...
갈곳도, 내가 들어야 할 것도 이미 결정되어 있다.
내 머릿속의 fomula 에도 '여행용 = 올림푸스' 로 각인되어 있기에
기분좋게 가방을 꾸릴 수 있었다.
일상속의 나를 잊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순간,
그렇게 또 다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
즐거운 여행을 9년만에 다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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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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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오키나와 출사단, 2015 : prologue
올림푸스 오키나와 출사단, 2015 :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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